<사설> ‘평창’을 우려하는 평창군민의 소리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고 나서 이에 따른 국민적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 대회 개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격의 향상과 한국산 제품의 인지도 상승에 따른 판매 확대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넘쳐나 서울과 강원도 일대가 크게 들썩거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효과만도 적게는 20조원에서 많게는 65조원까지 엄청난 특수를 누릴 것이란 기대가 별다른 제약없이 부풀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대규모 국가재정 투입과 각종 사회간접시설 확충 투자, 국내외 관광객들이 강원도나 서울을 찾으면서 뿌릴 직간접적 지출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규모 재정투자에 따른 ‘지역재정 악화’와 ‘투자대비 수입이 적은 적자 올림픽’ 등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챦게 나오고 있다. 일본 나가노, 캐나다 밴쿠버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대가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 개최지이다.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이 3수 끝에 이룬 국민적 쾌거인만큼 재정 부담을 확대하지 않고 최소한 건전재정의 범위 내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판알을 튕기듯 하는 이해타산 속에서 진정으로 평창군민들이 우려하는 바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평창군민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바는 평창이라는 ‘공동체의 파괴’이다. 평창이 이번 동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완전히 서울 수도권의 스포츠 위성도시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강원도 평창군, 영월군 등 중부내륙 6개시군이 주최한 관광상품설명회에서 한 참석자는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평창까지 50분내에 주파하는 KTX고속열차가 신설되면 체류형 관광은 물건너 간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경우 대규모 투자를 한 리조트나 스키장, 경기장 등의 이용료나 입장료 수입은 증가하겠지만 주민경제에 도움을 주는 체류형 관광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고속이동이 가능한 교통망이 뚫리고 대규모 리조트타운이 건설되면 스키장이나 레포츠 시설의 당일치기 이용객이나 고급리조트 관광객만 많아질 뿐 주민과 소통하면서 작은 농산물이라도 하나 사 주고 조촐한 민박에서 하루라도 자고 가는 소박한 체류형 관광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 참석자는 이어 “평창 ‘메밀꽃 필 무렵’ 효석문화제에 한 때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80만명 이하로 감소, 경제효과가 줄어 들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경춘고속도로가 뚫리고 수도권 전철이 연결되면서 관광객들이 타 지역으로 분산되고 숙박도 평창에서보다 큰 도회지로 나가서 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교통 인프라와 경기장 건설이 지역관광이나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구 감소를 촉진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참석자는 “최근 경험에서 보면 도로 직선화나 고속교통망 신설은 오히려 지역 인구를 서울 수도권이나 인근의 대도시로 흡수하는 빨대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수도권과 1시간내에 연결되면 현재 4만4,000여명의 인구가 더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경우 평창군은 1년에 얼마나 빈번히 이용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대규모 동계스포츠 경기시설이 덩그러니 유령같이 서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든 적막한 강원도 두메산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평창군 인근의 땅 값이 들썩인다 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나마 땅을 가지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앞으로 ‘떼 돈’을 벌게 돼 산골을 떠날 것이고, 땅 없이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겉만 화려할 뿐 평창 개발에 따른 ‘단 물’을 공유할 수 없는 처지에서 씁쓰레 평창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와 관련, 행사를 주최한 중부내륙중심권행정협력회의 관계자는 “중부내륙 6개시군이 개발을 통한 관광전략을 택한 것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일본 큐슈의 유후인(由布院)이나 중국의 다른 고택마을처럼 개발을 안해서 오히려 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대한 ‘욕망 덩어리’인 한국 사회에서 욕망을 포기하고 소박한 발전 전략을 찾는 것이 지방 관광행정에서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적으로 실토한 말일 것이다. 설령 그것이 공동체 파괴로 귀결된다 할 지라도...

관리자 kotr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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