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9일 은평뉴타운 3-2지구 단독주택 용지 약 3만m²(약 9,090평)에 한옥 100여 채를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역 근처 진관동 일대엔 뉴타운 개발 사업이 시행되기 전 ‘기자촌’이라 하는 정말 살기좋은 마을이 존재해 있었다.
이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5~6년전 연이어 서울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며 뉴타운 개발 사업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의 강력한 뉴타운 개발 드라이브 정책으로 이들은 대부분 약간 오른 보상금을 손에 지고 마을에 떠나야 했다.
그런 이 곳에 서울시가 다시 ‘한옥 마을’을 조성한다고 하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다. 아니 어쩌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옥 조성 사업은 어쩐지 개발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오손도손 사람들이 모여사는 정감있는 동네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한옥 개발’ 사업에 더 가까운 듯 하다.
그렇다면 있는 거나 잘 고쳐쓰고 남는 예산은 다른 복지사업으로 돌려 썼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한옥 사업도 개발 사업으로 밀어 붙이는 서울시의 행태가 너무나 천박하게 느껴진다. 이것도 뒤늦게나마 뉴타운 대신 기존 전통마을을 보존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굴복한 ‘좌 편향’의 일종인가.
서울시는 19일 발표에서 은평 한옥마을에 들어서는 100여 채의 한옥 중 80채는 SH공사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분양하고 나머지는 토지를 분양해 일반인이 한옥을 지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한옥 1채당 면적은 최소 99m²(약 30평)에서 최대 165m²(약 50평) 규모가 될 예정이다.
시는 한옥이 좁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현대인의 삶에 적합한 구조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내년 초까지 은평 한옥마을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하는 조례안도 만들 계획이다.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되면 서울시 한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채에 총 1억 원의 보조금(8000만 원)과 융자금(2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날 시는 오는 2018년까지 총 3,700억 원을 투입해 4대문 안에 3,080채의 한옥을 조성하는 등 총 4,500채의 한옥을 추가로 짓겠다고도 밝혔다.
서울시는 2008년 ‘서울 한옥선언’ 이후 성북구 재개발구역에 한옥 50채를 짓는 등 역사문화관광상품 개발의 일환으로 한옥마을을 꾸며 왔다고 자화자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아파트 위주로 조성되는 뉴타운 지역에 한옥마을이 생기면 주거문화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옥 부흥시대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말했다.
이제야 우리보다 외국인들이 더 한옥을 사랑하고 머물고 싶어한다는 점을 깨달은 듯하다.그렇다면 왜 그동안의 밀어붙이기식 뉴타운 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과 자아반성은 나오지 않는가.
관리자 kotr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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