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아버지의 주검이 있는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변 안전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김한솔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김정남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됐다. 이와 관련해 유족과 북한 측은 시신 인계를 요구하며 대립했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남 시신 인도의 우선권을 '유족'으로 규정하면서 "시신을 인도받으려면 유가족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찾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한솔이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아버지의 시신을 인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직접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말레이시아 현지매체 '더 스타'는 이날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AK8321편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 후 김한솔은 오후 7시 50분(현지시간)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 도착했지만 입국장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김한솔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 경찰이 활주로에서 그를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앞서 마카오에 살고 있는 김정남의 두번째 부인 이혜경은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한 바 있다. 이혜경은 중국 대사관을 통해 시신 인도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만 이같은 사실이 말레이 정부에 전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아들이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김한솔은 김정남과 이혜경의 장남이다.
한편 김한솔은 암살 위험으로 인해 암살 위험에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고도 알려지며 세간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9일(현지시간) 김한솔이 오는 9월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김정남 암살 수개월 전부터 김정남과 김한솔에게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암살 위험성을 경고했고 이로 인해 옥스퍼드 진학을 단념하고 마카오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중국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북한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김정은은 감히 중국에서 조카(김한솔)를 살해할 수 없다.그러나 영국에서 김한솔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김한솔이 영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한솔은 2013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국제학교를 졸업했고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3년간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 김한솔은 연인 소냐와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는 전언. 하지만 중국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남과 김한솔의 암살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과 마카오를 떠나면 북한이 암살단을 보낼 것이라고 이들 부자에게 경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데일리메일은 "플레이보이로 알려진 김정남은 이런 조언을 무시하고 그의 애인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말레이시아로 갔다가 암살을 당했다"고도 덧붙였다.
아버지와 달리 김한솔은 중국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영국 유학을 포기하고 어머니 이혜경과 여동생 솔희와 함께 마카오 당국 보호 하에 마카오 내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근 주민들은 김정남 암살 발생 최소 3개월 전부터 무장경찰이 김한솔 거주 지 주변의 경비를 강화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한솔의 억압된 삶은 아버지 김정남과 많이 닮아있다. 외국 유학부터 어느 하나 자유롭지 못한 행보까지 비슷하다. 김정남은 1971년, 김정일과 여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김정일은 이미 결혼해서 딸까지 두고 있었던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키고 그와 동거했고, 김정남이 태어났다. 이런 까닭에 김정일은 김정남을 김일성이나 북한의 간부들에게 자신의 아들이라고 내세울 수 없었고, 김정남은 결국 김정일의 숨겨진 아들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출생 배경으로 그는 1980년,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김정남이 바깥세상과 철저히 격리된 상태에서 단 한명의 친구도 없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의 외할머니가 김정남을 정규교육에 넣기 위해 김정일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설득해 얻어낸 기회였다고 알려진다. 김정남은 제네바 체류 1년 반 만에 당시 주 제네바 북한 공사가 남한의 납치 가능성을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모스크바의 프랑스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후 1985년 3월 소련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자 '너절한 달러 거지' 소련보다는 차라리 '도덕률이 높은 중립국'스위스가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김정남은 다시 제네바 국제학교로 편입했다. 그러나 김정남이 술집에 드나들면서 그의 외할머니는 겁을 먹고 김정남을 평양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후 김정남은 후계자 교육을 받았지만 일본 밀입국 미수 사건이 터지면서 김정일 눈밖에 났고 결국 김정은이 후계에 오르자 지위 없이 은둔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시시각각 위협이 다가왔다. 김정남 피살 후 국정원은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었다면서 2012년 본격적인 시도가 한 번 있었다고 밝혔다. 그해 4월, 김정남은 김정은에 서신을 보내 '나와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달라'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가는 길은 자살뿐임을 잘 안다'고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업, 생활 등 여러 면에서 아버지와 같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한솔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는 2012년 핀란드 공영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표현하며 김정은의 미움을 샀고 이로 인해 아버지 김정남과 함께 제거대상에 올랐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당시 김한솔은 "살면서 (김정일과 김정은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하는가 하면 "항상 할아버지가 날 찾기를 기다리고 기대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 YTN 방송화면)
문하영 기자 pre-ji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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