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대의 숲 속에 점점이 깨어진 채로 발견되나...??!!'
이 쯤해서 고백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청화백자(靑華白瓷)의 세계에 대해서… 필자는 동남아를 가끔 여행하면서 그것이 사원이든 왕릉이든 어느 숲속에 숨겨져 있는 제법 가치있는 건물이든…왜 많은 건물들의 외벽에 하얀색 바탕에 푸른색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자기, 즉 청화백자의 조각들로 장식돼 있는 지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잘게 파편으로 깨어진 채로…왜 저 것이 이곳 열대의 무더운 정글 숲속에 거의 산산조각난 채 부서져 장식재로 쓰여져 있는 지…. (물론 그 사원이나 건물은 오래된 고대의 유적이 아니고 반드시 근세이후의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출장중 잠깐 시간을 내기가 쉬웠고 가이드들도 안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자기의 파편은 한국에서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의 명인들은 굽다가 맘에 안들면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내던져 부셔 버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곳 동남아에서는 장식재로 쓰였다면 ?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수년 후인 지난 2005년 KBS 방송에서 다큐멘타리인가 시리즈인가로 수회에 걸쳐 ‘청화백자의 세계’가 방영됐기 때문이다. 14세기말부터 19세기에 걸쳐 유럽 등 서구에 대한 아시아 최대의 수출품, 아니 세계 최고의 명품이 바로 청화백자였던 것이다. 나라로 치면 원나라 중기서부터 명, 청을 거쳐 최근세까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까지 서양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최고의 거래품이 바로 청화백자였다고 한다.
당연히 청화백자가 이동했던 주요 수출경로에도 이에 대한 선호 사상이 폭넓게 확산됐을 것이다. 옛날의 수출수단은 배(무역선)밖에 없었으므로 유럽으로 가는 무역선의 기항지였던 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곳곳에 청화백자의 이동과 관련된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일일 것이다. 동남아의 베트남,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마카오 등지도 예외는 아니다. 그곳에서는 청화백자가 너무나 귀하디 귀한 것이라 설령 그것이 깨진 것이라 해도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쓰여졌던 것이다. (또 어떤 왕은 청화백자를 건물 장식용으로 수입해다가 일부러 산산조각을 낸 뒤 이를 외벽재로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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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화백자에 대한 선호는 지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그냥 생각하는 인기품목 정도가 아니라 지역을 다스리던 왕조나 지배세력들이 천만금을 주고 바꾸고자 했던, 아니 필생을 두고 한번 가까이 해 보고자 했던 천상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그 흔적은 지역별로 무더기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터키나 중동, 아프리카의 어느 왕가의 사원에서는 청화백자가 사악한 기운을 내몰고 의식을 정화하는 신물(神物)로 여겨졌다. 지금도 이 청화백자를 건물 내벽에 칸칸마다 정성들여 유리벽 안에 잘 모셔두고 있는 경의를 표하는 광경이 (방송에) 찍혀 나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도 이 청화백자를 모방한 ‘짝퉁’이 대량으로 생산돼 유럽의 왕가에 공급되기도 했다고 한다. 금, 은,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좋아했던 유럽의 왕과 귀족들도 감히 이 청화백자 앞에선 사족을 쓰지 못한 채 짝퉁이라도 대량으로 사들였던 것이다.
관리자 kotrin@chook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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