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대 총선이 이제 끝났다. 이 시점이 되면 으레 선거과정에서 빚어졌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로 가자는 말이 나올법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곧이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총선으로 인해 흐드러졌던 전열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또 다시 지독한 전쟁에 나서야 한다. 벌써부터 올 17대 대선의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치면 벌써 2년간 차기 대권에 대한 물밑 움직임으로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엄청난 국력 낭비고 국론 분열이 초래됐다고 말하지 않기 어렵게 됐다.
정말 문제인 것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공공연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행정부의 수반이요 국가 원수라고 하는 대통령이 이젠 시정잡배만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됐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대통령을 비난하고 힐난하는 온갖 쌍욕과 입에 담지 못할 구라질이 도배되고 있다. 거기엔 나이어린 학생이나 일반인들뿐 아니라 판검사나 의사, 목사, 정치인, 대학교수 등 소위 사회 지도층들까지 끼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꼭 현직 대통령이 잘못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그의 실정이 크긴 하겠지만 전직 대통령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은 있었다. 앞으로도 현재의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는 이런 일은 매번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대통령을 뽑아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있고 그의 치세에서 피해나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명예롭게 물러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권한과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더러 논의가 돼 왔지만 이른바 준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가 그것이다. 그것은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로 표현된다. 일부에서는 현 단임제를 미국처럼 연임제로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과 한국인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면 대통령 혼자서 모든 권력을 가지기 보다는 분점형태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는 행정부가 대통령과 총리(수상)로 이원화되어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것으로,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각을 장악하여 행정권을 행사하나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독점하는 정부형태다. 그 운영의 구체적인 형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독일의 바이마르헌법과 프랑스의 제5공화국 헌법이 정형적인 이원정부제로 운영되었다. 현재의 프랑스와 독일역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 범위에 따라 크게 구분되지만 이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형태를 택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요소를 결합하여 가지고 있어 수시로 바뀌는 민심에 기반한 행정권력의 개폐가 쉽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또 비상시에는 의원내각제가 가지는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남북이 분단돼 있고 외세가 겨누고 있는 한국적 특성에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올해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로 국민들이 원하는 실질적 권력이 결정되었는데도 대통령이라는 형식적 권력을 수립하기 위해 또 다시 여야가 힘을 겨루고 결과적으로 국론분열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이원집정부제 아래서 의회권력과 대통령이 서로 달라 질수도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평등의식이 강하고 권력 독점을 꺼리며 지역감정이 강하면서 정치 참여의식이 높은 한국인의 특성에 딱 들어 맞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원을 구성하자마자 연말에 있을 대선에 올인할 게 아니라 복지, 교육, 일자리, 경제 등 시급한 민생을 우선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미래의 통일시대까지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체제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kotr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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