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의 그림 중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고단한 삶을 살았던
화가가 아이들과 꿈꾸던 행복한 상상이 낳은 그림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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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 잠시 살던 서귀포 작은 집 마당에는 수형이 예쁜 멀구슬나무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딸을 낳으면 멀구슬나무를 마당에 심고 딸이 시집갈 때 베어 장롱을 만들어 주었다네요. 육지에서 오동나무를 심은 뜻과 비슷하지요?
멀구슬나무 겨울눈을 보니
이중섭 그림 속 아이들처럼
천진한 아이 얼굴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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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열매와 겨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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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흔과 보송보송한 솜털 겨울눈이 우주복 입은 귀여운 아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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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반 크기의 쪽방에서 다리도 펴지 못하고 살았지만 가족과 함께한 서귀포 생활은 비운의 화가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였답니다.
'이중섭 해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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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마당 귀에는
잘 자란 머귀나무 세그루가 있어요.
머귀나무는 운향과 나무입니다.
육지 형제인 산초나무는 관목이라 키가 크지 않은데 머귀나무는 교목이라 키도 크게 자랍니다.
'머귀나무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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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진 풍습이지만
육지에서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오동나무 지팡이를, 제주도에서는 머귀나무 지팡이를 짚고 애도를 했다합니다.
'머귀나무 겨울눈과 엽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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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세개의 관다발이 모여
귀여운 아이 얼굴이 되었네요.
관다발이 흔적을 보면 먹여 살려야 할 이파리가 많거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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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멀구슬나무. 머귀나무.
모양도 가문도 다르지만 세 나무는 고유한 향기를 지닌 나무들입니다.
또 비슷한 쓰임새와 이야기들도 담겨 있어요.
나무를 들여다 보면 나무와 함께 살아왔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풀려 나옵니다. 숲의 전령사인 우리들이 기억하고 들려 줘야할 이야기들도 그득합니다.
'멀구슬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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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나면 솜털 속에 잠자고 있던 아기새싹들이 깨어나 푸른 이파리 팔랑대며 자라나겠지요?
이중섭이 살던 작은 집 마당에도
멀구슬나무 보랏빛 꽃 피어 향기 그득 할겝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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