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한번 웃는다고 하는 홍명보 감독이 다시 한번 웃었다.
좀처럼 웃지 않아 ‘목석’이란 별명을 달고 있는 그는 11일(한국시간) 새벽에 어린아이처럼 함빡 웃었다.
더구나 김태영 수석코치와 함께 ‘뽀뽀’를 하는 추태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이날 3시 45분 영국 서부 웨일즈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3-4위전에서 대한민국이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을 꺾고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이날 박주영과 구자철의 연속 골로 일본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2-0으로 완전히 꺾었다.
한국은 이날 박주영과 지동원, 그리고 구자철과 김보경이 로테이션하며 신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사실상의 ‘제로톱’ 전술로 일본을 공격했다.
한국은 중원에서 일본의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공격적으로 맞서다가 기성용과 구자철이 연달아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마침내 전반 38분 박주영이 후방에서 날아온 공을 받아 일본 수비수 4명을 제치고 골대를 찌르는 정확한 슛으로 고대하던 첫 골을 터뜨렸다. 순간 홍명보 감독은 두손을 번쩍 치켜들고 바리에서 일어나 어린아이같은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은 후반 12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트렸다. 이날 승부에 의욕을 보이던 구자철은 일본 골대 앞 수비수가 바짝 달라붙는 가운데서도 악착같이 골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슛으로 일본의 골대를 갈랐다.
순간 홍 감독은 김태영 수석코치와 맛있게 ‘뽀뽀’를 한 뒤 입맛을 쩍쩍 다시며 겸연쩍게 미소짓다 벤치 앞으로 달려오는 선수들과 만세 삼창을 외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국은 이후 지동원과 박주영을 빼고 남태희와 김현성을 차례로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은 마지막까지 만회골을 성공시키려 했으나 후반 32분 요시다 마야가 시도한 헤딩골이 골키퍼 차징으로 선언되며 노골로 인정돼 결국 영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종료 직전 구자철을 빼고 수비수 김기희를 투입하며 선수 전원의 병역혜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는 병역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 첫 출전 이후 64년 만에 첫 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누렸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일본이 동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한국이 두 번째 동메달을 획득하는 국가가 됐다.
한편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병역면제 혜택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총 15억2,000만원 포상금을 받는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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