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사실상 완패, 브랜드 가치 추락 등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후발주자로서 애플의 아성을 넘봐온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타격이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각각 3건씩 침해했다고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주장한 애플의 삼성 기술특허 침해 6건은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거액의 손해배상은 물론이고,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 판매금지, ‘카피캣’(모방꾼)이라는 낙인에 따른 막대한 브랜드 가치 실추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배심원단은 평결을 하면서 삼성전자의 행위를 ‘의도적인 특허침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한 징벌적 배상 조처가 내려질 경우, 배상금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삼성이 애플에 물어 줘야 할 손해배상액은 일단 10억4934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책정됐지만, 담당 판사의 최종판결 과정에서 더 커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곧바로 삼성 제품 20여종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법원이 수용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미국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은 전세계 시장의 16%이상을 차지한다. 게다가 미국 시장은 블랙베리나 아이폰 등 각종 스마트폰이 일대 격전을 치러온 대표적 시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인 갤럭시S3은 이번 소송 대상이 아니지만, 추가 소송 등의 여파에 따라 마케팅 활동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삼성의 이번 미국 시장에서의 패배로 영국·일본·독일 등 전세계 9개국에서 진행중인 스마트폰관련 30여건의 특허소송에서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는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모바일부문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벌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법원에 앞서 한국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삼성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기각하고 애플이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 1건을 각각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김민호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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