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가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횃불놀이를 계획하고 있어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안전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제14회 지평선축제’를 준비중인 김제시는 오는 13일 오후 8시에 총 2,012명이 횃불을 들고 벽골제 둑을 걸으며 사랑과 행복을 기원하는 대규모의 횃불행렬 행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어 부대행사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의 등불을 전하는 '지평선 사랑의 등불' 행사도 벽골제 광장에서 열 방침이다.
그러나 벽골제 일원은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11호)로 지정된 구역이라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법에 의해 음식취사는 물론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있는 인화성 물질을 함부로 반입할 수 없다. 삼국시대부터 국내 최초의 고대 수로인 김제 벽골제는 지난 1963년 유적건조물과 주변 농업·관개시설 18만7,473㎡가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과 같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시는 그동안 전통먹거리 한마당, 글로벌 음식문화페스티벌 등 대규모 가공취사 행사장을 문화재보호구역내에 설치하는가 하면, 올해에는 한술 더 떠 인화성 물질인 횃불을 대규모로 반입하는 횃불놀이를 계획하고 있다.
김제시가 이처럼 무모한 시도를 꾀하는 이유는 지난 8년간 최우수문화관광축제에 머물러 온 지평선축제를 내년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등극시킨다는 욕심(?) 때문이다. 대표축제가 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예산이 현재의 3억원에서 8억원으로 증액되는 동시에 지역 이미지가 크게 높아져 관광객 유입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김제시는 세계최장 인절미 만들기, 세계 최다 동시 연날리기 등의 행사를 통해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성과를 올렸으나 번번히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선정에는 실패, 올해는 반드시 숙원(?)을 푼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쳐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문화재 훼손에 나서거나 문화재를 위험에 빠트리는 무모한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제시는 지난 3월 벽골제 원형보존 및 발굴을 위해 현재 남아있는 중심거, 장생거, 경장거 등을 복원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한국관광문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올 초 새 수문을 발견했다고 홍보하던 김제시가 이제는 기존 문화재 시설물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위험물질을 반입하고 대규모 음식장을 설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횃불놀이의 경우 행사 당일 세찬 바람이 불거나 누군가의 부주의로 화재가 나면 문화재 소실은 물론 대규모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제시는 “행사장내 음식 취사는 물론 천막 등 일정규모 이하의 시설물은 해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허용기준치 안에서 현상변경 고시를 받아 시행하고 있다”면서 “횃불 반입도 목조문화재 주변으로는 금지돼 있으나 벽골제내 누각(단야루)은 문화재가 아니고 행사기간중 소방차 등을 항시 대기시켜 놓아 문화재 보호 및 안전사고 방지에 각별히 유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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