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시리즈 3탄중 2탄 ‘호빗:스마우그의 폐허’(감독 피터 잭슨ㆍ수입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오는 19일 개봉된다.
이번 작품 ‘호빗2’는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담는다고 하면서 전쟁은 발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격적인 전쟁을 기대하는 관객은 3편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더구나 후반부에서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용 스마우그는 이 영화의 문제거리다. 악을 상징한다는 이 용이 제모습을 드러냈을 때 관객들은 이제 이 용을 악의 상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단순한 제밋거리 캐릭터일뿐이다. 제작사의 주장대로 그것이 747 점보여객기 두배 크기로 아무리 거대하게 제작됐다하더라도 모습이 완전히 드러난 용은 더 이상 악의 상징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구체화된 용은 그저 지질시대에 존재했다는 시조새 정도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
악이 관념적이듯 악의 상징인 용도 관념적이어야 한다는 상식을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깨닫지 못한 듯하다. 역시 그들은 악에 대한 이해를 철학적으로 하지 않고 상업주의적 사고에 매몰돼 악을 쉽사리 형체를 드러나게 하는 우를 범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서양에서 용이 악을 상징하지만 동양에서는 용이 신성성을 상징한다는 사실도 관객들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지루해지면서 몸을 비비꼬게 하는 또 한가지 이유다.
하지만 2편은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 지난 1편은 옛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정을 시작하는 왕자 소린(리차드 아미티지)을 포함한 13명의 난쟁이들, 그를 돕기 위해 투입된 호빗 빌보(마틴 프리먼)에 대한 설명이었다. 비교적 심심했던 1편에서 느꼈던 갈증은 이번 편에서 어느 정도 해소된다. 샤이어를 떠나길 두려워하던 빌보는 용기와 지혜를 갖춘 모험가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2편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볼만하다. 빌보 일행은 시종일관 오크족속들에게 쫓기는데 외로운 산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활극이 벌어진다. 숲에서 벌어지는 거미와의 사투, 와인통을 타고 거센 강물을 래프팅하면서 탈출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장면들은 실제 강이 아닌 월풀 세트에서 촬영됐다는 것 등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곳곳에서 만나는 장대한 풍경, 즉 촬영지인 뉴질랜드의 대자연은 판타지 세계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요정 왕국의 풍부해진 캐릭터들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풍부하게 한다. 특히 레골라스의 등장은 반갑다는 반응이다. 레골라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과 함께 여성관객 몰이에 공헌한 인기 캐릭터다. 이후 10여 년 만에 레골라스로 돌아온 올랜도 블룸은 여전히 멋진 연기를 펼친다.
원작의 열혈 팬들이 기다렸던 요정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도 등장한다. 요정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의 수비대 대장인 타우리엘은 화려한 액션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원작자인 J.R.R 톨킨이 아닌 피터 잭슨 감독이 완전히 새롭게 만든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강경돈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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