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9일 충북 영동 민주지산 석기봉에 전국의 도인과 검인(=단군사상을 배우는 자들) 200여명이 모였다. 이 곳에 있는 천제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것이다.
검인들은 전날밤 김영기 민족회의 대표의 주관아래 검학을 따라 배우며 단배공 등 간단한 검가의 수련법을 익히기도 하였다.
김 대표는 "민족 전통사상인 검학이 오늘날 서양사상에 쫓겨 초라한 민족종교 단체로 축소되었다"고 개탄하면서도 "그러나 올해는 우주섭리상 황백대전환기로 단군 사상 등 동양사상이 서양사상을 구축해 가는 계기가 마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도인과 검인들은 환인과 환웅, 단군 등 삼신을 모신 무주 구천동의 설천면 내북마을에 있는 신불사에서 출발해 간단한 참배를 마친 후 석기봉까지 두시간여 등산을 하였다. 이 지역은 산이 높아서인지 아직 나뭇잎이 다 피지 않았고 철쭉꽃도 채 지지 않아 연두색 산빛이 눈부셨다.
석기봉은 민주지산(1,242m)의 두번째 봉우리로 산 아래 일년내내 마르지 않는 샘터가 있어 이 물로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물론 이 날은 모두 준비해 간 도시락과 음식물로 제사를 지냈다).
신불사의 큰 도인께서는 "석기봉은 백제시대때 조각된 삼신상이 새겨진 큰 바위가 있어 옛부터 천제를 지내 는 명소다"면서 "샘터에는 황금도룡뇽이 살고 있어 물맛도 좋다"고 하며 웃으셨다. 삼신상은 몸은 하나인데 머리는 세개가 달려 있는 특이한 모습으로 어핏보면 부처상처럼 보인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천제는 구체적으로는 환인과 환웅, 단군 등 삼신을 모시는 행사다. 단군 신화에 전해지듯 환인(=하느님)은 그 아들 환웅을 지상에 내려 보내 곰을 인간으로 만들어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고, 그가 한민족의 조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천제는 비단 민주지산에서 뿐만 아니라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마니산, 태백산 등 한반도의 척추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주요 산정마다 지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민족회의 에서는 오는 6월 강화도 마니산에서 산 정상의 샘터의 물길을 터주는 행사를 지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단군시대 이래 우리 한족 고유의 전통이다. 하늘의 자손이라고 하는 이 천제 의식은 지구상에서 한민족과 유대인들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대인의 유일신 사상은 오늘날 천주교를 거쳐 기독교의 하나님 사상이 되었고, 반대로 한민족의 천제의식은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박제화되어 특별한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단군 사상을 우상이라며 폄하하지만 역사상 단군이 실재했다는 것은 최근 중국 요하강 근처(= 홍산문화 등)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중국은 더 나아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단군의 후배인 치우천황을 자신들의 조상이라며 거대한 석상까지 세워놓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일부 도인들은 석기봉 정상까지 10여분을 더 걸어 올라 정상에 있는 일명 황제석에 번갈아 앉으며 드넓게 펼쳐진 푸른 신록이 물들기 시작한 민주지산의 산세를 원없이 만끽했다. 민주지산(珉周之山)은 여러 한자어로 표시되지만 왕자 변에 백성민자가 어울러진 민자에 두루 주자를 써서 왕과 백성이 한 데 어울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는 설명이 가장 멋있어 보였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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