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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민이 원하는 건 중산층이 두터운 건강한 자본주의

 

보수가 또 변신을 했다. 신당명은 잘 외워지지 않고 관심도 안 간다.

지난 1970년대 초 시골 초등학교 한 아이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미국 박정희 대통령은 누구냐고? 그 반 아이들도 그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 안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박정희'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대통령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는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이 신민당으로 나눠져 있었다. 거기에 '유정회'라는 어용정당이 끼어 있어 야당의 과반은 아예 불가능한 구조였다. 지금의 보수야당은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그들에게 투항한 김영삼(YS) 등 세 거두의 잔당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정희는 자유당의 흔적을 지우려 했고 전두환은 박정희 공화당의 흔적을 지우려 했다. 

또 김영삼은 전두환의 잔재를 지우려 했으나 정권을 놓친 10년 후 박정희의 딸이 되살아났다. 그 YS의 그늘에서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며 솟아 난 사람이 노무현이다.

그는 YS 휘하에서 정치에 입문했으나 투항하는 주군의 뜻을 거부하고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정부는 정권 연장에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정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권이 다시 구주류에게로 넘어 간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박정희의 딸의 등장은 심각한 역사적 퇴보였다. 

그녀는 개인적 충성도로 따라 사람을 가렸고 국정도 그렇게 운영했다. 국민이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라는 신라말기 수준으로 전락할 뻔 했다. 그러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위 친박과 비박의 갈등은 국가적 대재앙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회주류는 늘 그대로다. 사회적 주류의 변동이 이뤄져야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 가닥도 나오지 않았다. 

최근 어느 인사가 '민주당은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지당한(?) 말이다. 주류 사회가 그대로이니 여당인 민주당은 불편한 존재이다. 주류에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타협하기도 싫은 상대이다. 그들은 구 여권을 향해 준엄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뭉쳐라"고. "그만 하면 됐다"고. 

야권의 분열은 허상이다. 서로 건널 수 없는 큰 장벽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정강이라면 '두터운 중산층의 형성' 정도가 될 것이다. 나쁘지 않다. 이번에 통합했거나 좀 남은 구여권 잡당의 정강은 뭘까? 핵심만 본다면 '극소수 기득권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사회구성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 게 그들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쟁해서 이기는 걸 문제 삼지 말라는 거다. 

박근혜는 구 야당이 탄핵한 것이 아니다. 촛불이 일찍 꺼졌으면 미꾸라지처럼 탄핵의 대오에서 많이 빠져 나갔을 것이다. 그러니 그 탄핵으로 인해 그녀에게 업혀 들어 온 선량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친박계는 상향식 민주적인 정치질서의 산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박계가 민심을 사로 잡을 만한 고매한 정치사상과 철학을 내 놓지도 못 했다. 

애당초 친박과 비박의 대결구도는 탄핵을 지울 망각의 시간을 벌기 위한 쇼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재결합은 예정되었고 그 와중에 범여권계 부스러기들이 많이 딸려 오길 기대했을 것이다. 

박근혜의 캐치프레이즈였던 '경제민주화'는 당선되자마자 사라졌다. '두터운 중산층'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신자유주의식의 '시장'경제를 최고의 진리의 자리에 모셔 놓은 그들이다. '시장'의 '장'까지가 우파이고 그 밖은 다 좌파의 영역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니 TK출신 봉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한국자본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에게 권력이 다시 넘어 갈 지도 모른다. 사회주류세력이 그대로이니 80석만 얻어도 기 죽을 그들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건강한 자본주의이다. 구여권이 80석을 넘기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실패한 거로 평가되어야 한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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