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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영화 '기생충' 무엇을 남겼나

 

안철수계를 비롯한 소위 제3지대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념대립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시하는 '중도실용주의'를 추구할 거라고 한다.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풍월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양극단의 이념대립'은 국회의사당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극단적인 좌편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백 보 양보해서 문대통령과 청와대가 생각을 확 바꾼다고 해서 그런 대립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여와 야가 같이 의논해서 나라를 경영하는 것을 국민이 반대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거부한 저의는 뭔가? 소위 우리나라 보수는 중립적인 관리형 권력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정부 이후 MB정권은 잃어 버렸던 지난 10년의 한을 풀려는 듯 국고를 탕진해 갔고 국민들은 물대포를 맞으며 죽어 갔다. 

최근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은 우리나라의 모순과 갈등의 구조를 명료하게 드러 내고 있다. 영화 속에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국민이 분열된 것이 여당과 야당 때문이 아니란 것을 시사한다. 민주당이 반지하를 만든 것도 아니고 반지하에 살면서 수구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기득권층은 수직적 계급모순을 수평적 이념대결로 둔갑시켜 왔다. 전라도를 끌어 들여 지역감정을 만들었고 반공으로 외세를 끌여들여 이념대결의 주도권을 행사했다. 

그들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를 공격하며 국민이 분열되어 있다고 강변한다. 원래 '가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대통령의 좌파 정책 때문에 국민이 '세로로' 분열되었다고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봉감독은 반지하집을 영화의 세트로 사용했다. 수직적 모순 구조를 싱징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반지하 밑에 지하실도 있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폭력혁명을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려진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을 뿐이다. 예술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이제 정치권이 인식하고 대립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 정권에서 그런 예술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것은 개선 의사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탄핵을 당했다고 인정하면 된다. 교회까지 나선다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가려지지 않는다. 

이 땅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대답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우리의 사회구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 공연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는 길일 것이다. 

다가오는 4.15 총선거는 여든 야든 솔직한 자기 생각을 밝히고 정책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네거티브와 얼토당토 않는 가짜뉴스로 민심을 호도하려고 하면 안 된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고. 그런 울림에 기득권층 뿐만 아니라 여권으로서도 맘 편할 리가 없다. 영화감독까지 나서서 친절하게 알려 주고 전 세계가 공감을 표하고 있으면 정치권에서도 받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무상급식 반대에 목숨 걸지 말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에 한 걸음씩 더 나아 가면 된다. 골목상권 넘보는 재벌기업에게 기술개발 투자 더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 될 것이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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