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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레깅스 입은 여성 촬영도 성범죄' 판단 논란"스스로 노출한 부위라도 몰래 촬영하면 범죄"

 

밀착된 옷을 입어 굴곡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공개 장소에서 몰래 촬영해도 성범죄로 본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지만 옷이 밀착돼 둔부부터 종아리까지 신체의 굴곡이 드러난 상태였다.

A씨는 출입문 맞은편 좌석에 앉아 B씨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는데 특정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얼굴과 전반적인 몸매가 예뻐 보여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 노출 부위가 목과 손·발목 등이 전부였고 신체 부위를 확대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도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점에 주목했다. 일상복과 다름없는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 진술도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둔부와 허벅지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A씨의 무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했다고 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피해자가 경찰에서 한 진술에 대해서도 "인격적 존재로서 분노와 수치심의 표현으로 성적 수치심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촬영의 대상, 촬영 결과물, 촬영의 방식 등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맥락, 피해자의 반응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성적 자유를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자평했다.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촬영물을 증거로 첨부해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 판사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현재는 피해자 측 변호인의 신청으로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가 제한된 상태다.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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