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는 날이다.
햇살은 가랑가랑하고
매향 품은 바람마저 잔잔하여 참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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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발효되었던 메주들이
오늘 드디어 두번째 문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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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옷을 잘 씻어 내고
이제 물과 소금을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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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개의 항아리에 메주들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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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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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을, 고구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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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마른 육포와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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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눈과 바람이 푸석하게 만져준 민어까지 안고 항아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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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는 아득한 동굴이다.
동굴안에서 메주는 이제 다른 꿈을 꿀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입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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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고추와 숯을 넣고,
댓잎 달린 대나무를 가득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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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청대로 빗장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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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이 먹었던 발효의 세계는 넓고 깊어 혼미하기까지 하다.
시간은 과거를 건너오고
나는 그 어귀에 관찰자로 서있네.
닿을 듯 저 아득한,
동굴의 장들이 태어나기까지 지난하고 힘든 노동을
견뎌왔을 이 땅의 수 많은 어머니들께 진심어린
존경을 바친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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