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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맛집기행]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난 고향맛 '부산밀면'진하면서 깔끔한 국물 맛 '일품'

포항 죽도시장 개풍약국 골목으로 50m 쯤 들어가면 '부산밀면'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간판만으로는 전통이라거나 맛집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면부터 육수와 양념장 등 일체를 주방장이 직접 만든다기에 들어가서 비빔물면을 시켜봤다. 의외로 맛이 대박이다.

밀면은 6.25 전쟁통에 항도 부산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월남한 이북 피남민들의 북한 '랭면'이 모태가 되었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은근한 메밀향과 소고기육수의 깊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함흥냉면은 메밀면 대신 쫄깃한 고구마전분으로 면을 만들어 씹는 식감이 좋다. 

냉면육수의 주재료는 쇠고기양지와 동치미다. 닭고기육수를 섞어 감칠맛을 보완하기도 한다. 육수를 뺀 양지살은 면 위에 얹혀 나오기도 하지만 별 맛이 없어 버려진다. 그 만큼 냉면은 사치스런 음식이다.

부산밀면은 미국에서 들어온 값싼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만들어서 국수보다는 면발이 가늘고 쫄깃하다. 비싼 쇠고기 대신 돼지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면을 말아낸다. 돼지 냄새를 잡기 위해 한약재를 넣기도 하지만 남은 잡내는 맵고 짠 양념장으로 처리한다. 한여름이면 벌겋게 고추장을 푼 것 같은 육수에 얼음덩이까지 넣고 삶은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도 시원하고 화끈한 맛에 더위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게 하는 음식이다.

죽도시장 '부산냉면' 집은 금술 좋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서빙을 맡고 있는 부인 이미경(53세)씨는 경기도 여주가 고향이다. 서울에서 남편 박삼수(58세)씨를 만나 부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7년 전 포항 죽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맛을 책임지는 남편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부친부터 음식을 하셨고 서울 한일관 등에서 냉면장을 한 큰 형까지 온 집안에 요리대가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두 부부는 포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와 자리를 잡았다니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의 다채로운 지방색도 음미할 만한 관광포인트가 된 듯 싶다.

이 가게의 부산밀면엔 좀 이른 계절인데도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꽤 많아 보인다. 일단 국물이 진하면서도 깔끔하다. 사실 요즘 유명 밀면집에 가 보면 명성보다는 실망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집은 다르다. 우연히 들린 집이지만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이다. 밀면은 육수와 양념장 맛이 좌우한다. 이 집은 돼지뼈 대신 한우 사골, 양지와 사태살과 닭고기 등으로 국물을 낸다. 한 마디로 냉면 육수에 밀면 양념장을 넣어 만든 냉면과 밀면의 절충식이다. 냉면보다는 국물맛이 풍부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하다.

사실 경상도 사람들 식성엔 마일드한 이북과 서울식 냉면보다는 맵고 짠 밀면이 딱이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경상도식 밀면을 먹으면 별로다. 차라리 쇠고기나 코다리를 고명으로 한 비냉이 낫다. 음식과 기후에도  무슨 특별한 관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냉면이든 밀면이든 국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숱한 전(前) 공정에 의해 맛이 좌우되는 식품이다.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내일 식탁에 오를 밀면 한 그릇을 위해 열다섯 가지가 넘는 재료들이 밤새 처리되고 있다. 알고 먹으면 맛이 더 보이는 법이다. 죽도 부산밀면집의 육수는 재료가 충실하고 맛이 진하다. 가격도 착하지만 이미경 사장의 좋은 인상이 밀면 맛을 한 옥타브 올려 준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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