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우유' 굴은 어쩐지 멋진 신사와 같이 깔끔한 것 같다. 굴은 겨울철이 수확기여서 본격적으로 겨울이 되면 먹기 시작한다. 전어가 여수의 가을을 빛냈다고 한다면 이제 굴이 바톤을 받아서 겨울을 책임진다.
굴구이집에 가면 모두가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다른 손에는 작은 칼을 들고서 열심히 굴껍질을 까서 굴을 꺼내 먹는다. 이 때 위험한 칼 때문에 다치지 않으면서 쉽게 까려고 하면 손잡이를 잡지 않고 칼을 바짝 잡아서 굴껍질 틈 사이에 집어넣고 벌리면 된다.
올들어 처음 굴구이를 먹었다. 화양면 원포 원조 굴구이 집에서 여수풀꽃사랑 회원들과 봉화산 둘레길을 다녀오면서 맛있게 먹었다. 4명이 먹을 수 있는 한 판이 2만원이다. 여기에 맛있는 굴죽이 1인분에 2천원이니까 4명이 먹는다면 1인당 7천원이면 실컷 굴을 먹을 수 있다. 귀한 계절 특별 해산물 음식을 기껏 7천원 정도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사각형 스텐판에 물을 약간 부어서 각굴을 넣어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그때서야 가스불을 붙이면 된다. 굴구이를 추운 겨울철에 먹으면 좋은 점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굴구이 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서 따뜻한 기분이 들고, 가스불을 피우니까 춥지를 않아 겨울형 요리이다.익기 전에 기다리면서 심심하다고 생알굴을 내놓아 초장에 찍어먹을 수 있게 한다. 다 먹을 쯤 되면 김이 나기 시작한다.
뚜껑을 열고서 이제부터는 부지런히 칼질을 하면 된다. 굴구이 요리는 다른 요리와 달리 칼을 들고 까 먹는 것이어서 정신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까는데 집중하면서 시끄러운 이야기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까 논 알굴을 먹을 때는 쏘옥 입에 집어넣어 삼키면 되지만 각굴은 일일히 까서 먹어야 하므로 얹힐 틈이 없다.
하나씩 까서 먹는 재미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틈이 많이 벌어진 각굴을 찾아서 장갑 낀 손으로 사냥을 다닌다. 쉽게 틈이 벌어진 것은 까 먹기는 좋을지 몰라도 오래 달궈져서 알이 쪼그라들어 맛이 없다.
살짝 틈이 보인 굴을 찾아 힘들게 칼로 틈을 낸 것은 수분이 들어있어 탱글탱글해서 물컹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단지 아쉽다면 바다에서 금방 건져 올린 것이라 조금 짤 수 있다. 그래서 초장에 찍어 먹지 않고 군것질 하듯이 한 입에 털어넣으면 된다./ 여수풀꽃사랑 한창진 제공
관리자 kotrin@chookj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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