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본사앞 시민단체들 몰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퇴하라"’ 요구

매섭게 추었던 지난 4일(금) 오전 11시 서울 SK본사(종로 26 서린 빌딩) 앞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거 몰려 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촛불계승연대 천만행동(상임대표 송운학) 등 시민환경단체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 SK수소공장건설 반대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한목소리로 최태원 회장을 성토하며, 사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SK와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을 예고했다.

가습기참사 피해자들은 최태원 SK회장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와 제품을 공급한 회사를 지배하는 재벌총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2일 공정위가 SK그룹은 물론 그 총수인 최태원에게 각각 8억 원씩 부과한 과징금과 시정명령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솜방망이 제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SK가 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자신의 기업지배력과 내부정보 등을 악용하여 위법하고도 부당하게 취득한 약 2천억 원을 가습기살균제 참사피해자 전원에게 배상하거나 보상하는 자금으로 지정 기탁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해야 사망자 1,740명 중 741명에게만 지급되고 나머지 1,000여 명은 단돈 한 푼 못 받았던 유족특별조위금을 1인당 최소 1억 원씩 지급하고 나머지 피해 생존자에게도 최소한도의 배상 또는 보상 위로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지난 1월 12일과 1월 26일 각각 개최한 기자회견 등에 대하여 모(謀) 인터넷 언론사가 게재한 기사는 중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왜곡편향보도로서 공식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함은 물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수소공장 건설 반대 주민들은 주택가 앞에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신뢰할만한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고 SK가 인천석유화학 공장부지에 대규모 수소플랜트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선홍 ‘SK수소공장 건설 반대 범시민협’ 대표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부지에는 정유공장과 폭발력이 매우 강한 파라자일렌 화학공장이 있지만 이 부지는 주택가와 아파트, 학교에 둘러쌓여 있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SK인천석유화학이 고용노동부의 공정안전관리(PSM) 이행상태평가에서 2012년부터 3회 연속 최우수등급을 획득했다지만 이 기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11년 4월26일 오후 3시 17분쯤 SK에너지 정유2공장 기름탈황시설에서 불이 나서 인천시소방안전본부가 소방대원 350명과 소방차 50대, 소방헬기 2대를 투입했던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또, 2014년 파라자일렌 공장을 가동할 때 연이은 사고로 지역주민들이 수차례 항의했고,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낙뢰(落雷)로 화재가 발생했다. 2018년 4월에는 SK인천석유화학 안전성과 타당성을 검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고, 2019년 4월에도 불꽃이 치솟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도 2012년 SK가 최우수등급을 획득해 도대체 그 영문을 알 수 없다. 이런 엉터리 평가가 어디 있나”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기존 정유공장과 파라자일렌 공장에 수소플랜트 13,000평을 새로 조성하고 90톤 탱크 2기를 설치하는 것은 폭탄공장에 폭탄을 몰아주는 것”이라면서 “폭발력이 강한 파라자일렌 공장이나 수소플랜트 13,000평 둘 중에 하나는 이전하거나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보영 SK인천석유화학 이전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석유화학 공장을 200m 학교 앞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가동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우리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지난 8년 전 악몽을 지울 수 없다. 앞으로 신현동, 석남동, 가정동, 청라동 주민들과 함께 SK인천석유화학공장 또는 수소공장이 이전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촛불계승연대 참여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위험시설 밀집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글로벌 에코넷을 조직해 가해기업인 SK를 문책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2016년 2회 개최한 이후 오늘까지 총 64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에코넷이 중심이 되어 가해기업들과 그 총수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21세기 녹색네트워크(수석회장 김용호), 한강사랑시민연대(사무총장 이정국), 글로벌 에코넷,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가칭) 공익감시 민권회의(준),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전북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연합 등 회원들은 물론 황재훈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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