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⑤ 4.19혁명 축제 역사를 증언하는 자들이여 4.19의 힘을 보아라

역사를 증언하는 자들이여 4.19의 힘을 보아라
- 윤 후 명 -

거리에 불붙은 4월의 혼을 보라.
내가 그날 보았던
짓붉은 피의 뜨거운 여울두 주먹에 정의를 불끈 쥔
거대한 항거를 보라.

헛되이 만용을 부리지 않고
그들은 역사와 힘으로 싸웠다.
핍박을 향하여 내던진
장엄한 희생을 보라.

그 쾌적한 울분이여
핍박을 향하여 온 몸을 바친
아, 우리들의 큰 희생이여,
4월 하늘을 갈라낸
그들의 함성을 들어보라

뜨거운 피의 여울을,
역사를 증언하는 자들이여
그 힘을 보라.

51년째를 맞는 4.19혁명의 봄은 새롭게 움트며 우리 가슴을 파고 든다. 그시절을 살아내지 못했으나 30년전

봄날 종로3가에서 뜬눈으로 날을 지새며, 4.19 묘지를 갔던때가 이른 새벽 버스도 다니지 않아 걸어서 갔다. 어슴프레 동이 떠오는 때에 4.19묘지를 방문해 영령들 앞에서 묵념을 했으며, 영정 한사람 한사람 얼굴들을 천천히 쳐다보며, 마음 한켠이 울컥 했었다.

이제 그세월이 흘러 그시대 많은 사람들은 정재계 곳곳에서 권세를 떨치거나 야합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수유리에 캠퍼스가 있었기에 더욱더 애잔한 생각을 했으며, 인근에 있는 학생들과 마라톤을 했던 모습도 생생하게 스치듯 지나간다.

<4.19혁명 발생>

1948년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권은 친일세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미국의 정치적 영향과 원조경제에 의존하여 권력을 유지하였다. 또한 장기집권을 위한 부산 정치파동(1952), 사사오입 개헌(1954), 3.15부정선거(1960) 등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1960년 3.15 정,부통령선거에서는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대리투표, 환표 등 온갖 부정행위가 자행되었고, 이에 전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여 마침내 4.19혁명이 일어났다. 4월 11일 마산시위 중 행방불명되었던 김주열(당시 17세, 마산상고 1학년)군이 마산 앞바다에서 처참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고, 고려대학생들이 시위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던 중 정치폭력배들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반시민은 물론 초중고생들까지 시위대열에 합류하는 대규모 민주항쟁이 전개되었다.

<4.19혁명 전개>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정부통령선거는 지방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곳곳에서 사전투표, 3인조 투표, 대리투표, 민주당참관인 축출 등이 일어났다. 민주당은 투표가 진행 중인 4시 30분에 3 . 15정부통령선거가 전적으로 불법 무효라고 선언했다. 선거 결과 이승만후보가 유효투표의 88.7%에 해당하는 9,633,376표, 이기붕후보가 유효투표의 79%에 해당하는 8,337,059표, 장면후보가 1,843,758표로 발표되었다.

1956년 부통령선거에서 장후보가 이후보보다 20여만표가 더 많았고, 그 뒤 자유당에 대한 민심이 더욱 악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기붕이 장면보다 4배 이상을 득표했다는 것은 이 선거가 얼마나 극심한 부정선거였는가를 이승만 . 자유당간부 . 장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게 했다.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이 중압감에 눌려 있었는데,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부산 부근 항구도시 마산에서 격렬한 시위와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사전투표, 3인조공개투표 등 갖가지 부정투표에 민주당 마산시당은 오전 10시 30분에 선거포기를 선언했다.

마산시당 상급당인 경남도당은 오후 1시 30분에 선거무효를 선언했다. 민주당원이 중심이 된 시위에 시민 학생들이 합세해 오후 7시 30분경에는 시위군중이 1만 여명으로 불어났다. 그때부터 경찰이 총을 쏘았고, 흥분한 군중들은 여당신문사인 서울신문사, 자유당선거대책위원회 등이 입주한 건물과 파출소 등을 파괴했다. 이날 8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당했다. 제1차 마산시위 이후 여러 지역에서 데모가 있었지만, 제2차 마산시위만 없었더라면 3.15선거결과가 기정사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경찰이 마산시위 배후에 공산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던 마산의 학생 . 시민들은 4월 11일 실종된 김주열 학생의 시체가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발견되자 일제히 궐기했다. 이날 오후 6시경에는 시위자가 3만 명이나 되었다. 이 시위에는 수많은 어머니들이 가담해 “죽은 내 자식을 내놓아라”라고 소리 질렀다. 밤에 다시 경찰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시위는 12, 13일에도 계속되었다. 이대통령은 13일에도 15일에도 특별담화를 발표해 마산폭동의 배후에 공산당이 있다는 혐의가 있다고 위협하여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제2차 마산시위에 해인대생들이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그때까지 대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시위를 벌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제2차 마산시위를 보고 대학생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고대생들이 4월 18일 교문을 박차고 나와 서울시청 부근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그 뒤에 발생했다. 고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데 청계천 4가에서 정치깡패들이 습격해 십수 명의 학생들이 쓰러졌고, 그 다음날 조간신문은 그 장면을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신문은 연일 학생시위를 자세히 보도했다. 3,4월항쟁에서 신문은 사태의 진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4월 19일 화요일 아침 조간신문을 보면서 학생, 시민들은 이날 데모가 있을 것은 예감했지만, 그렇게 큰 규모의 시위와 유혈사태가 일어나 이승만정권을 결정적인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19일 선언문과 격문 등을 받아 쥔 서울대 문리대생들이 9시 20분경 교문을 나서자 부근에 있는 법대생 미대생들이 합세했다. 10시 30분경 3천여명의 서울대생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고, 뒤이어 서울대 사대와 상대, 건대생들이 달려왔다. 동성고 학생들과 고대생도 나왔다. 동대생 2천명이 11시경 쏟아져 나온 것을 비롯해 연대, 중대 등 여러 대학교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의대생들은 흰 가운을 입고 나왔다. 중고생들도 속속 참여했다.

시위의 양상은 11시 50분경 동대생들이 조선총독부청사였던 중앙청과 조선총독 관저였고, 당시에는 이대통령 관저인 경무대(현 청와대)쪽으로 향하면서 바뀌었다. 다른 대학 학생들과 동성고생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때부터 “이승만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왔다. 실업자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도 데모에 합세했다. 오후 1시 40분경 경무대 앞에서 경찰이 일제히 발사해 21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당했다. 2시 50분경에는 중앙청 부근 무기고에서 경찰의 무차별 발사로 8명이 숨졌다. 시위대가 이기붕 국회의장댁으로 몰려들었을 때 오랜 질환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했던 이기붕은 6군단사령부로 피신했다. 2시반경 시위대는 20만 명으로 늘어나 서울시내 중요 거리는 시위대물결로 가득 찼다. 5시 이후에도 광화문에서 세종로, 서울시청 일대에서 경찰과 시위대간에 밀고 밀리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서울신문사와 반공회관에 불이 치솟는 등 건물 26개소가 파괴되었다. 이날 시위로 서울에서 104명이 사망했다.(부상자로 4월 21일까지 사망한 자 및 경찰관 3명 포함)
이승만정부는 2시 40분경 서울 일원에 경비계엄을 홍진기 내무장관 제의로 1시로 소급해 선포했다.(계엄사령관 송요찬 육군참모총장) 4시 반에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도 경비계엄이 선포되었고, 5시에는 서울 등 5개 도시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지역 출동명령을 받은 육군 15사단은 밤 8시에 서울 동쪽에 있는 중량교 부근에 집결해 10시에 동대문 종로를 거쳐 중앙청에 들어왔다. 4.19혁명 당시 독재자 이승만이 집무하던 경무대를 향해 돌진하는 시위군중의 모습 계엄군은 공포탄을 지급받으면서 발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4월 19일에는 지방에서도 대규모 시위와 유혈사태가 있었다. 오전 10시 40분경 광주고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자 여러 고등학교 학생들이 합세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의 주무대였던 금남로 일대에는 시위대가 약 5천명으로 불어나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들은 이때에도 물을 나르며 성원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통행금지령이 내렸는데도 1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격전을 벌였다. 9시 20분경 경찰 발포로 6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에서는 19일 11시 지나 경남공고생 데레사여고생들이 시위를 벌이자 시민과 학생들이 시위대열에 가담하였고, 그러면서 시위 양상은 점차 과격해졌다. 비 내리는 오후에 시위대는 경찰 지프 등에 불을 질렀고, 군중들이 동부산경찰서로 몰려들었을 때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이날 시위로 13명이 사망했고(부상자로 22일까지 사망한 사람 포함) 60여명이 부상당했다. 대구 경북대생, 청구대생도 시위를 벌였고, 청주 인천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피의 화요일’이라고도 불린 4월 19일 항쟁은 ‘4 . 19혁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4월 19일 이후에도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있었지만, 4월 25일의 대학교수 데모는 이승만정권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25일 서울대 교수회관에는 3백 명에 가까운 교수들이 모여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학생데모를 불의에 항거한 민족정기의 발로로 규정하고,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 사퇴를 촉구했고, 정부통령선거의 재실시, 부정선거원흉처단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오후 5시 50분경 “학생들의 피에 보답하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들이 합류해 얼마 후에는 4,5만 명이 되었다. 계엄군은 시위대를 어쩌지 못하고 당황해 했다. 이승만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목소리가 밤늦게까지 울려 퍼졌다. 이날 이승만은 외무장관에 허정을 임명했다.

4월 19일로부터 1주일이 지난 26일 통금해제시간인 5시경부터 시위는 시작되었다. 학생과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세종로, 국회의사당 쪽으로 몰려나왔다. 9시경 3만 여명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소년데모대원들이 계엄군 탱크위에 올라탔다. 9시 45분경 군중들이 파고다공원에 서 있는 묵중한 이승만동상을 끌어내려 질질 끌고 다녔다. 이대통령은 아무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것을 알았다. 군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고, 미국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았다. 믿었던 김정열 국방장관과 허정 외무장관도 사임을 권고했다. 이승만은 비서한테 사임서를 받아쓰게 했다. 10시경 송 계엄사령관이 데리고 온 학생 . 시민대표에게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하야성명서를 보여주었다.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문구가 묘한 여운을 풍겼지만, 당시 상황에서 그의 사임은 결정적이었다.

10시 20분경 계엄사에서 이승만 하야를 발표했고, 10시 30분 라디오는 그의 사임을 발표했다. 거리는 감격에 휩싸였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기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도 시위로 24명이 사망했다. 4월 26일은 ‘승리의 화요일’로 불렸다. 4월 27일 이승만은 한때 국회에 제출할 대통령 사임서에 사인하기를 거부했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허정이 대통령권한대행이 되었다. 28일 이기붕과 그의 부인, 이승만의 양자이기도 한 큰 아들과 연대생인 작은 아들이 경무대에서 자살했다. 이날 이승만은 경무대를 떠났다. 5월 29일 이승만은 그가 수십 년간 살았던 하와이로 망명의 길을 떠났다.

그의 망명은 미국이 주선했다. 1960년 2월 28일에서 4월 26일까지 있었던 학생시위는 대개가 상황의 추이에 따라서 일어났고, 주도그룹이나 주도적인 학생들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학생시위는 비조직적이고 비계획적이었다. 초기의 학생시위는 15-18세의 고등학생들이 주도했다. 그 만큼 순수하고 정의감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제2차 마산시위에는 어머니들이 학생들과 함께 큰 역할을 했다.

4월 19일의 시위나 25, 26일의 시위에는 구두닦이나 신문팔이 등 불우한 소년들과 실업자들 다수가 뛰어들었다. 학생시위는 초기에는 경찰의 간섭으로부터 학원의 자유를 수호하자는 구호가 가장 빈번하게 나왔지만, 뒤로 갈수록 부정선거 규탄과 독재 배격이 많이 등장했다. 부정선거 규탄과 독재 배격은 자연히 “이승만 물러가라”는 구호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고, 그것은 훼손될 대로 훼손된 상처투성이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고 제도화되기를 바라는 요구였다. 그런 점에서 4월혁명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서울대 문리대의 4 . 19선언문에서 제시된 것처럼 백색독재를 거부하는 투쟁이었다.

이승만정부는 처음부터 반공을 내세워 비판세력을 탄압했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끝내는 2차에 걸친 마산의거를 배후에 공산당이 있는 것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4월혁명은 낡은 것, 썩은 것을 몰아내고 4월의 봄과 같이 새싹이 돋아나는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었다. 80대의 이승만이나 자유당간부, 국무위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친일파가 바로 낡은 것, 썩은 것을 상징했지만, 한국사회는 봉건적인 낡은 인습이 강하게 잔존해 있었다. 관존민비 남존여비 현상은 그러한 관습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것은 모든 퇴영적인 것, 또 침체되고 암울했던 1950년대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이기도 했다. 4월혁명으로 한국인은 특히 학생 . 지식인이 그랬지만 일종의 정신혁명을 가졌다. (『한국현대사60년』, 서중석 지음, p.57~73)

사단법인 한국관광문화발전연구소 kotrin2@hanmail.net

#4.19혁명 #수유리 #4.19묘지 #마산 #김주열

트윗하기

사단법인 한국관광문화발전연구소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