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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 백년이 다가 오는데, 유집도 간행하지 못했네”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청명시절에는 봄비가 오락가락(淸明時節雨紛紛)”이라는 옛시가 있습니다. 4월5일이 청명이었으니 다산의 175주기 기일인 4월7일은 딱 들어맞는 청명시절이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그 날은 봄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참으로 단비(甘雨)임에 분명합니다. 살아 계시는 동안 나라와 백성을 그렇게도 걱정하고 사랑했던 다산이었기에, 목 타는 국민을 위해서 다산의 영혼이 하늘에 호소하여 봄비를 내리게 하였으리라 믿어봅니다.

다산의 뜻은 참으로 크고 넓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이해(利害)나 유불리(有不利)보다는 언제나 만민(萬民)에게 혜택을 끼치고 만물(萬物)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澤萬民 育萬民)만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 아들에게 내린 간절한 부탁이었습니다. 그런 높은 다산의 뜻은 지금에도 사라지지 않아, 이런 봄 가뭄에 대지가 바싹 말라 봄비가 그리운 때인데, 역시 봄비가 분분하게 내려 온 대지가 촉촉이 젖은 점은 다산의 뜻의 반영이라고 믿게 됩니다. 제사를 올리기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채일을 제대로 마련한 탓으로 큰 불편도 없었고 단비라는 마음에 즐거운 기분으로 제사를 모셨습니다.

1836년에 세상을 떠난 다산선생, 식민지 백성으로 고난을 겪던 1936년은 다산 서세 100주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다산의 저서들은 간행도 못하고 원고 뭉치로 남아있던 시절, 위당 정인보는 “서세 백년이 다가 오는데, 유집도 간행하지 못했네”라는 안타까움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글을 신문지상에 발표하였습니다. 금년으로 또 75년이 흘렀습니다. 문집이야 모두 간행되었으나, 아직도 많은 부분이 한문으로 남아 있고 번역도 마치지 못한 실정입니다. 100여 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전국의 곳곳에서 모여들어 엄숙하게 제를 올렸습니다. 아직도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세상을 이룩하지 못한 이 나라, 선생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술잔을 올리고 차와 꽃도 바쳤습니다. 선생께서 원하셨던 세상을 가능한 빨리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묵념을 올렸습니다.

묘제를 마친 뒤에는 제2회 다산 다인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주)아모레 퍼시픽 오설록(회장 서경배)이라는 단체에 상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나라 차 문화 발전과 차 보급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그 회사에 상을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동안 차에 대한 그렇게 많은 연구를 하셨고, 또 그렇게 차를 즐기고 사랑했던 다산의 뜻에 따르려고 제정한 상입니다. 선생의 영혼도 분명히 기쁘게 저희들의 묘제를 향음 하셨고 또 다인상의 시상도 의미 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뒤틀려만 가는 세상, 선생의 영혼이시여, 이 나라 백성들을 보살펴주셔서, 조금이라도 세상이 바르게 가도록 도와주소서.

*위글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께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175주기 기일인 4월7일을 맞아 '다산의 묘제와 다인상 시상'이란 제목으로 보내 주신 글 입니다.

관리자  kotr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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