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에는 서울에 한옥이 80만채 있었는데 지금은 1만채도 남지 않았습니다"
철거 위기의 한옥촌을 지키려고 송사를 벌인 끝에 2년 반 만에 재개발을 중단시키는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한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26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62) 씨 등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동소문동 6가 주민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개발 구역 지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최근 확정됐다.
평화봉사단원으로 방한했다가 한옥의 매력에 빠져 동소문동 한옥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바돌로뮤 씨는 서울시가 동소문동 6가 일대의 한옥 43채를 포함해 오래된 집을 헐고 새 주택을 짓기로 재개발 구역을 지정하자 2007년 12월 소송을 냈다.
지난해 6월 힘들게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피고 측 보조참가인인 재개발조합이 항소해 또 한 번 재판을 해야 했다.이 과정에서 재개발을 원하는 이들이 집 앞에서 시위하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외국인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옥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신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달 22일, 서울고법은 노후ㆍ불량률 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해 바돌로뮤 씨의 손을 들어줬고 피고 측이 상고를 포기해 사업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바돌로뮤씨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개발 이익과 편리한 주거를 원하는 이들이 무산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바돌로뮤씨는 "이번에는 동소문동 6가뿐 아니라 7가까지 포함해 재개발을 시작하려고 사업 설명서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재개발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 이들과 함께 주민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또 "한 나라의 정체성은 전통 건축으로 표현되고 여기에는 큰 고궁뿐 아니라 조그만 집도 포함된다”면서 “서울은 고층 건물과 콘크리트, 아스팔트뿐이라 볼 게 없다고 외국인들사이에 소문까지 났다"며 한국인들의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강민규기자easkorea@naver.com
관리자 kotrin@chookj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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