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부 해안의 생태고래관광의 한 모습. 잠수부들이 고래상어와 함께 바다를 유영하고 있다./사진제공=서호주관광청
정부가 과학적 목적을 위해 포경 재개를 선언하자 환경단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반면, ‘고래 도시’를 표방해 온 울산 남구청은 대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래를 먹는 '고기 식품'으로 봐야 하는지, 미래관광의 테마중 하나인 '생태자원'으로 봐야 하는지 국민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본지는 그동안 고래포경 금지를 전제로 선진국들처럼 고래생태관광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 그러나 정부부처의 하나인 농림수산부가 연구용 포경 재개를 국제기구에 통보하면서 '먹는 고기'로서의 고래 포경에 대한 향수가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고래의 경제적 가치를 식품에 두는지 아니면 살아있는 고래와의 교감을 중시하는 생태관광으로 전환할것인지 명확히 관점을 세우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 더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워야 할 때다.
환경운동연합은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를 야생동물이 아닌 생선으로 보는 농림수산부 관료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오랫동안 지켜온 포경금지결정을 뒤집고 19세기적 발상으로 전환했다"며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아온 일본의 과학포경을 따라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환경련은 "과학연구를 위해서라면 굳이 고래를 살상하지 않고도 추적장치를 달아 모니터링을 하는 등 비살상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면서 "과거 행태로 볼 때 거대한 몸체의 고래를 잡아 극히 일부분만 시료를 채취하고 99%이상을 고래고기 시장에 유통시켜 온 것은 분명한 '상업 포경'“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1987년 이후 26년간 포경금지조치를 실시해 왔지만 암암리에 혼획(그물에 걸려 죽음)의 이름으로 실질적 포경이 이뤄졌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환경련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10년간 무려 4722마리의 고래가 혼획의 이름으로 포경됐으며, 울산 등지에 고래고기를 사고 파는 시장이 ‘실질적으로’ 형성돼 있다.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은 10년 전 10곳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80곳으로 늘어났다.
환경련은 "국민들은 돌고래쇼장에 갇힌 돌고래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 바다에서 뛰노는 고래를 볼 수 있는 ‘고래 생태관광’을 바라고 있다"면서 “고래관련 정책을 환경부로 넘겨 혼획된 고래 사체를 사고팔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그물에 걸린 고래를 풀어주는 어민에게 포상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포경 재개 방침을 밝히자 ‘고래도시’를 표방하는 울산 남구청은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가 남구청이 중점 추진 중인 고래문화사업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장생포 일대 고래요리전문점들도 대부분 이번 포경 계획을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김두겸 남구청장은 5일 오후 2시 남구청 3층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포경활동 재개방침에 대해 ‘대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전통적으로 고래고기를 즐겨먹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적 포경금지 이후 혼획 또는 좌초된 고래, 심지어 불법포경만으로 전통 식문화를 계승해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현재 동해안에는 고래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 고래로 인한 어장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어 마구잡이식이 아닌 솎아내기식 포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포경에 반대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축산대국으로 고래고기 공급으로 인한 자국의 축산물 수출에 타격을 예상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연안에서의 포경은 해양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은 “불고기축제에 불고기가 있듯 고래축제에도 고래(고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울산고래축제에 고래 몇 마리를 잡아 저렴한 가격으로 관광객들에게 대접할 수 있게 된다면 고래축제가 전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며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들은 남구의 이 같은 고래관광사업이 반생태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울산 환경련은 현재 울산 남구가 추진중인 고래문화마을에 고래 해체장, 고래 삶는 집, 고래음식점 등을 재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남구는 올초 옛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 주변에 고래문화마을(10만2400여㎡)을 조성, 고래 이야기길, 고래광장, 고래조각공원, 선사시대 고래마당 등 8개의 주제를 나타내는 고래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구는 또 지난 4월 고래축제기간중 ‘범고래 밥상’ ‘고래 밥상’ 아기고래 밥상’ ‘고래 정식’ 등 4가지 고래 살코기를 이용한 퓨전요리를 선보여 고래 식용을 기정사실화 했다.
울산 환경련은 “고래 문화마을이 고래 보호와 고래의 생태를 이해하는 생태관광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고래 밥상도 고래가 먹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위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계획으로는 포경 위주의 고래박물관, 고래밥상 권유, 돌고래쇼 등은 모두 생태관광을 지향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리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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