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과정에 개입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친 점이 항소심에서도 다시 인정됐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홍승면)는 2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 이건희가 제일모직에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할 것을 지시 또는 요청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 만들어 제일모직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지난 1996년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의 적정 주식가치는 원고들의 주장대로 주당 22만3659원은 됐고, 제일모직은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아 139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며 “전환사채 발행은 처음부터 조세를 회피하고 에버랜드에 대한 지배권을 이재용 등에게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피고 이건희와 그 지시를 받은 비서실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에버랜드의 전 이사 제씨, 유씨에 대해 “14억원의 인수대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139억원의 손실을 입게 한 것을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는 제일모직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계와 시민단체들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위법성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그룹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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