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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제스프리의 교훈, 키위농업의 위기와 기회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머루랑 다래랑 먹고 살어리 살어리랏다'라는 가사가 있 듯이 머루나 다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야생과일이었다. 

중국 남부지역에서 자생하던 다래는 뉴질랜드에서 개량되어 '키위'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는 과일이 되었다. 생김새가 날개 없는 새 '키위'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키위가 '양다래' 혹은 '참다래'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들어 왔다. 특히 신 맛이 적고 단맛이 많이 나며 속이 노란 골드키위의 인기가 높다. 골드키위는 뉴질랜드 제스프리 회사가 품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전남 보성이나 고흥 등 날씨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제스프리는 키위 한 품목으로 2백여 명이 직원이 연간 30억불 , 한화로 3조원 이상의 영업수익을 거두고 있는 세계적인 회사이다. 그들의 경영전략은 합리적이며 정해진 원칙은 철저히 지켜진다.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여 정식 허가된 재배자에겐 3%의 로얄티를 부과한다. 제스프리는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다. 

한국 농가는 제스프리의 키위품종을 임의로 재배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정식 계약된 농장의 생산물은 제스프리가 전랑 수매해 간다. 수매가의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며 매가의 15% 정도가 제스프리의 영업수익이 된다. 대신 농가는 재배와 수확까지만 맡으며 포장이나 운반비는 부담하지 않는다. 제스프리는 재배농가를 엄격히 제어하여 시장 질서를 잘 유지해 왔으므로 재배농가들도 짭짤한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문제는 제스프리의 이러한 배타적 생산카르텔에 반기를 들며 발생했다. 국산 신품종들이 성급하게 개발되면서 소외되었던 농가들이 재배에 뛰어 들었다. 물론 매스컴은 개발자의 나팔수 노릇만 했다. 대개 개발자들은 자기들에겐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결과는 당연히 참혹했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애 써 키운 보람은 결실을 맺지 못 하고 폐농하는 농가들이 속출했다. 하나의 품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 십년, 길게는 수 백년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성과주의 행정정책과 농가의 과욕이 원인이 되었던 졸속 개발과 성급한 보급이 초래한 피해는 농가에게 고스란히 돌아 갔다.

수 년 전 전남 고흥의 한 키위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시설하우스 안은 키위덩굴로 꽉 차 있었지만 농가의 표정은 어두웠다. 다 베어 내고 다른 작목을 대체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실패의 원인으로 기후와 토질 등을 들었지만 기실 품종이 나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과수는 다년 간의 시간을 거쳐 품종의 경쟁력이 확인되므로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개발품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더 좋은 신품종을 개발을 할 수 있었다면 제스프리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그렇게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품종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성급한 기대 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따름이다.

아울러 생산자들은 시장질서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라는 것이 죽기 살기식의 치열한 경쟁 끝에 동료의 시체을 밟고 서서 승리의 축배를 드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출렁이면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되며 국가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 질서는 살리면서 경쟁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

오는 11월 13일이면 제스프리의 보물 호르트16A의 품종보호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대비해 제스프리는 썬골드라는 신품종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새 품종은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귀추가 주목된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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