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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태윤 기자 |
동해안 최남단 송정해수욕장은 같은 부산에 있으면서도 해운대보다는 작고 만만하다.
수년전 송정 해변길엔 늘 사람들이 줄을 서던 토스트 파는 차(車)가 있었다. 호기심에 처음 들렀다가 꼬박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 사 먹었던 토스트였다.
따뜻한 부산이지만 겨울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번호표를 보여주니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예상 대기시간이 두 시간 넘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왜 꼭 여기서 사 먹나요?" 하고 물으니 그냥 맛있고 좋아서란다.
춥고 힘든 대기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은 가게주인 배선옥(64)씨다. 고향이 대전이라 표준말을 쓰며 목소리도 낭랑하다. 그녀는 외환위기 이후 대전에서 식당을 하다가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2000년도에 남편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야 일거리를 찾던 중 송정 바닷가에 누가 처박아 둔 행상용 트럭 한 대를 사게 되었다. 그 트럭의 주인이 문씨였고 트럭은 주인의 이름을 딴 문까페였다.
당시 송정은 비포장도로에 가로등도 없었으며 여름 휴가철이 아니면 인적도 드물었다. 배선옥씨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장사를 했다. 야간시간을 잡은 것은 기존 식당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라면이나 국수를 삶아 팔았는데 단속에 쫓겨 다니다 보니 메뉴를 바꾸지 않을 수 없어 그렇게 현재의 토스트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문토스트 주변에 토스트와 커피를 파는 푸드트럭이 많다. 기다리기도 싫고 또 비교도 할 겸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 문토스트란 결론만 확인했다. 그 만큼 문토스트의 재료는 각별하다. 소위 오리지날 '수제'토스트라 보면 된다. 소스와 재료의 맛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배선옥씨는 늘 감사하며 산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 늘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그녀가 파는 것은 토스트가 아니라 '힐링'이다. 손님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귀담아 듣는다. 그녀의 말엔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한 밤중에 추위에 떨며 줄을 서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지난 20년간 문토스트는 좁은 트럭에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붙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밤을 꼬박 세워 토스트를 팔았지만 이젠 송정해변 근처에 있는 번듯한 건물로 입주하였다.
작업공간이 넖어져 대기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야간엔 만만치 않게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줄이 짧다고 안심해도 안 된다. 전화로 대량 주문하고 가져 가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선옥씨는 요즘도 다른 식당이나 음식점들과 영업시간이 겹치지 않게 한다는 철학을 지킨다. 오후 4~5시면 문을 열지만 밤 9시까지 기다려야 했던 이전보단 엄청 빨라진 거다. 기다릴 때도 건물 안이라 길에서 떨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그 때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자꾸 떠 오른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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