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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례당' 꼼수에 스텝꼬인 진보 진영, 1주일내 돌파구 찾을까

 

코로나19에 온 나라가 걱정에 휩싸였지만 보수진영은 표정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수록 여당의 책임과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번 패스트 트랙에 의한 개정된 선거법의 역효과이다.

물론 원죄는 제1야당의 '교활함'에 있다고 하더라도 진보진영에서는 그 문제에 대한 관심도 약하고 왜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심모원려(深謨遠廬)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이 듯이 정당의 목표는 권력을 잡는 것이다. 이윤보다 사회적 책임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없다. 사회공헌은 소비자의 구매만족도를 높이는 효과 이내에서 적당히 하면 된다. 정당은 권력욕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결국 착한 정당보다는 강한 정당을 더 선호한다. 매일 얻어 맞고 들어 오는 착한 아들이 믿음직할 수가 없다. 물론 착하고 강하면 더 좋겠지만. 

여태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바둑에 비유하면 '손따라' 두기만 했다. 패스트 트랙에 올려 놓고 1년은 야당들 다독이며 아무 전략도 없이 허비했다. 반면 통합당은 총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전략을 짠 듯 하다. 사법개혁이나 공수처법은 다수당이 되어 다시 개정하면 되니 별 거 아니라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 비위 맞추고 있을 때 통합당은 개정될 선거법을 분석하고 결정적인 헛점을 찾아 냈던 것 같다. 

여당이 대처할 시간만 죽이면 승리는 자기들 것으로 보였으니 전략이 나온다. 우선 '조국 청문회'를 규정까지 어겨가며 최대한 늦추고자 했는데 '순진한' 여당은 당연히 끌여 갔다. 그리고 설 명절을 넘기도록 '조국'을 난도질하며 여권의 혼쭐을 뺐다. 혹시 그래도 여권이 정신 차릴 수 있으니 야권이 분열하는 척 하며 여권의 전의를 약화시키고자 했다. 언론도 그렇게 바람을 잡아 줬다.

'김의겸 부동산 구입 건'을 공격하며 여당을 '결벽증' 수준으로까지 몰아 부쳤고 여당은 그것도 받아 줬다. 최근 홍익표의 '대구 봉쇄' 발언 건까지 여당은 오물 뿌리겠다고 덤비면 흰 옷 입은 사람처럼 무조건 도망 다녔다. 

이대로면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는 확실시 된다. '준연동형비례제'로 선거법이 개정되었는데 여당이나 국민들은 이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불충분했다. 상대가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때 통합당은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다들 야당이 국회에서 난동과 추태를 부리는 걸 괴퍅한 개인의 성격 탓인 줄로만 여기고 저의를 파악하지 못 했다. '깔끔을 떠는' 정의당 때문에 민주당의 입지는 더 줄어 들었다. 시간표 대로 보수는 거의 뭉쳐졌지만 진보는 세 쪽으로 나눠져 있고 이제 남은 시간도 별로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다. 내용을 보면 수도권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전체 의석의 절반을 결정하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이겼는데 압도적 표 차이로 이기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까지 엎치락뒤치락할 만큼 초접전지에서 민주당이 금메달을 많이 땄다.

'연동형비례제'는 전체 득표수에 비례해서 정당의 의석을 배정하자는 의미다. 그런 점이 소선거구제와의 차이이다. 비례제식이면 49%나 51%나 의석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모 아니면 도'니까 1표만 차이 나도 낙선은 낙선이다. 

준연동형비례제는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 캡을 씌워 정당득표의 50%만 반영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A정당의 득표율이 20%라고 하면 완전한 연동형비례제에서는 전체 의석 300석의 20%인 60석을 받게 된다. 이 경우 A당이 지역에서 12명이 당선됐다면 비례의석 48석을 더 받는다. 

그런데 개정 선거법에서는지역구 수를 줄이지 않는한 비례대표 의석이 모자라니 '준연동형'을 채택, 그 절반만 반영한다. 즉 A당은 48석의 50%인 24석(비례 연동형)을 배정받아 의원 수는 36명(12 + 24 = 36)이 된다. 하지만 비례의석에 30석의 캡을 씌어 놓아 다른 정당의 비례의석수를 반영해 30석을 정당별로 나눠 배정한다. 그 결과 A당의 비례 의석은 24석보다 훨씬 더 적어질 수 있다.

한편 남은 1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득표 비율대로 나눠 배정하니(비례 병립형), A당의 비례병립 의석수는 17 × 0.2로 3명이 된다. 결과적으로 A당의 비례대표 의석은 27석 이하가 되고 총 의원수는 39석 이하가 된다. 

지역 기반이 강한 거대 정당들은 비례연동형 30석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고 17석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건져야 한다.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이 40% 정도 된다면 (17 × 0.4 = 약 7명) 7개의 비례대표 의석이 돌아 간다. 반면 지역에서 118명이 당선되면 비례연동형 의석은 300명의 40%인 120석에서 부족한 2명의 절반인 1석 정도 겨우 배정된다. 그러나 만약 121석의 지역구 당선자가 나왔다면 정당득표를 40%나 받아도 1석도 배정 받지 못한다.

연동형비례제의 최대 수혜자는 지역 기반이 약하면서도 당의 이미지가 좋은 정당이다. 특정 이념이나 정책을 가진 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이며 다당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통합당의 비례전문 미래한국당처럼 지역구 출마 없이 정당득표만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미래한국당이 정당득표의 35%를 받는다면 전체 의원총수 300명의 35%인 105명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지역구 당선자가 없으니 완전한 비례연동제라면 비례대표의원 105명만으로 거대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개정 선거법은 50%만 반영하니 53명이 되며 이는 비례연동형을 위한 캡 30명 이내에서 다른 정당의 비례의석수를 감안해 다시 조정을 받게 된다. 캡이 없다면 미래한국당이 30석 전체를 다 차지할 수도 있지만 다른 정당의 비례의석수를 감안해 30석을 나눠야 한다. 현재 정당득표율이 높아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정당은 정의당과 일부 정당득표 3%를 넘긴 군소정당들 밖에 없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병립형 17석에서의 6석까지 차지하게 되므로 캡에서 다소 조정을 받더라도 비례대표 전체의석 47석의 절반 이상을 가져갈 수도 있다.

암튼 통합당은 비례전문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이나 특히 정의당은 보수성향의 선관위의 특성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통합당에 대한 어정쩡한 비난 여론은 결국 진보진영에 독이 되고 있다. 누가 '권력을 다투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던가? 결국 영광은 1등에게 돌아 가는 것이 냉정한 승부의 세계이다.

개정된 선거법에서 민주당이나 통합당이 받는 정당투표는 의석으로의 전환율이 매우 낮다. 두 당 모두 지역구에서 1등을 하며 다른 당의 낙선자가 받은 표를 무효화시키기 때문이다. 즉, 새로 도입된 비례제는 패자가 받은 표의 가치를 살려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역구에서의 당선 의석이 적을 수록 유리하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지역구에 한 명도 안 낼 것이고 내더라도 떨이지면 이 정당이 받는 표는 매우 효율적으로 의석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통합당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들의 지지층은 '과정' 보다는 '목적과 결과'를 더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다. 그러니 민주당만 결벽증의 코너로 몰아 넣고 선거 때까지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국회는 통합당이 장악하게 된다.

지금 코로나19로 선거인심이 여당에 불리할 거란 예상이 많이 나온다. 이는 지극히 평면적이며 심지어 악의적 의견이라 본다. 야권이 분열하는 듯한 모습에 현혹되었듯이 '역병은 나랏님 탓'이라는 아무도 안 믿는 말이 진리처럼 행세하게 하면 안 된다. 코로나 열심히 막으러 다니면 부동층 표가 여당으로 더 올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투표성향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는 당선 가능성이나 개인적 계산에 따라 옮겨 다니는 철새가 더러 있지만 유권자의 성향은 거의 안 바뀐다고 봐야 한다. 투표율만 신경 쓰면 될 것이다. 

코로나19든 '조국 건'이든 국민들의 의중은 거의 결정지어졌을 것이다. 통합당은 비례전문정당을 만들어 승부의 대세점을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애당초 선을 긋고 '불리한 줄 알지만 손해를 감수하는 방향'으로 갔다. 이대로라면 통합당은 110석 정도, 그의 비례위성정당은 25석 정도, 그리고 보수성향의 무소속 의원 및 수구 군소정당 등에서 10석 등 범보수 의석은 145석 정도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정국의 주도권은 보수진영으로 다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를 간파한 손혜원 의원이 위기의 민주당에 구원투수로 나왔다. 여당을 위한 비례전문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선관위 등록을 위한 준비기간은 단 1주일 남았다. 양강구도 하에서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의당이 동정 점수를 받을 만큼 현명하지도 못 했다. 

거대 양당에서 비례전문 위성정당이 창당되면 전체 비례대표의석 47석 가운데 35석 이상을 그 당들이 가져 갈 것이며 나머지 10여석이나 혹은 그 이하가 남겠지만 그 마저도 정의당으로 다 돌아 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정의당은 교섭단체에 끼일 수도 없다.

다당제를 외치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다당제는 촛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 도입된 비례대표는 제도적 헛점으로 보수측에서 20석 정도 더 차지하게 되어 있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그 정도의 의석을 더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1당 자리는 놓치게 된다.

민주당은 많이 늦었지만 즉각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정의당은 좀 더 프로다워야 한다. 여론 눈치를 살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언론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민주시민은 멀티형 사고를 할 줄 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역사는 발전해 왔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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