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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꺼져가는 다당제 불씨, 정의당과 민생당의 미래는?

 

하늘의 별처럼 많은 정당들이 명멸하고 있다. 정당들의 수명은 왜 그토록 짧은 걸까? 하늘의 별들은 자리를 잡고 질서 있게 운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많은 정당들은 자기 자리를 못 잡고 있다. 

거대 양당의 강한 구심력만 탓할 수는 없다. 양당제의 폐해에 적잖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소수 정당에도 자주 기회를 줬지만 이를 살리지 못 한 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제법 몸집을 키웠던 민생당만 하더라도 숱한 시간을 내분으로 허비했다. 정의당 역시 자기의 갈 길을 못 찾고 방황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민생당은 수명을 다 했고 정의당도 지금 같으면 다음 총선 땐 사라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제1 야당은 보수를 표방하지만 사실 경상도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있다. 기득권을 포기한 변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곳을 소수 정당이 뚫고 들어 가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전라도를 텃밭으로 하고 있지만 밭이 작아 야당만큼 지역주의에 매달릴 수 없다. 그러니 소수 정당들은 호남과 지역주의가 약한 수도권 여당의 유권자를 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 당이나 민생당이 실패한 이유는 국민을 만만하게 봤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역주의의 벽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기타 지역에서 제1야당과 연합해서 전리품을 좀 챙겨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총선은 제 3당을 위한 중도의 지경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당과 야당의 화력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고 양당의 정책이나 공약에서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운 곳이 중원이다.

그나마 민주당의 죄측에 소수 정당을 위한 너른 공간이 있다. 민주당이 많이 욕심을 부릴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보수 야당이 농간을 부릴 수록 그 영역은 더 확대된다. 중도의 경계가 오른 쪽으로 더 이동하기 때문이다.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누구든 보수야당과 더 세게 싸워주길 원한다. 정의당에겐 기회이나 그 사람들은 비위가 약한 것이 흠이다. 보수 야당의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에 방향 착오를 일으키고 만다. 양비론이 독이 된다는 것을 모른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굴러온 기회를 잘난 척 하다가 놓쳤다.

진보는 부패한 보수와 잘 싸울 때 빛이 난다. 여당과 정부를 공격해야 선명해질 거란 판단은 관념론의 오류다. 여당과의 대결은 '못된' 보수가 물러난 다음의 일이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이적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 중도를 지향하는 소수 정파들 역시 '좌파독재'만 비판하며 기존 색깔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중도든 진보든 소수정당들이 줄줄이 망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속된 말로 '뭘 몰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용기가 없다. 보수언론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아직도 개인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줄 수는 있다. 

여권에 맞서는 사람은 그들의 공격권에서 벗이난다. 언제 닥칠 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수록 인지도가 올라가는 부수입도 있으니 '까짓것' 하는 모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렇다고 여당 편 들다가 언론에 시달려도 대통령이 도와 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실족하게 된다.

소수 정당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언론의 간책을 이겨내야 한다. 국민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 가치와 목표를 정한 이상 그 길을 따라 똑 바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의 희생이 없는 댓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 '1중대' 내지는 민주당의 특공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생당 같은 중도 정당들 역시 보수 야당이 깔고 앉은 영남지방의 보수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 들어 가는 도전을 해야 한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그들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소수의 중도정당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대신 감히 그들의 사멸을 점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자기희생 정신 보다는 국민을 기만하며 요행을 바라는 기회주의적 행보와 욕심이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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