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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영화 '교섭' 관람 후기] 한국 선교단 납치사건 다룬 절제된 표현 '눈길'

 

영화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간 한국인 23명의 피랍사건을 소재로 했다. 현빈과 황정민이라는 두 인기 스타가 시간을 다투는 납치사건의 해결사로 나선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끝까지 몰입감과 긴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영화 촬영지는 아프가니스탄 대신 안전한 요르단의 한 사막 지역이다. 텅 빈 땅을 보면 광활한 하늘이 눈에 들어 온다. 땅 속에 석유냄새를 맡아서 인간들이 싸우는 걸까? 아니 사건은 '순수한' 선교 사명을 띄고 맨손으로 들어간 한국 교회의 선교팀에 의해 발생되었다. 그러니 종교적 갈등이 배경인 듯 하나 영화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한국 교회의 선교의 열정을 은근히 '까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영화에는 주연급 여자 배우가 하나도 없어 남성팬들을 서운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관객들은 여성 비중이 높아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 사람의 욕구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를 느낄 수 있다. 너무 내용이 어려워도 안되지만 너무 밋밋해도 뭔가 부족한 것 같은 것이 영화다. '적당한' 선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교섭'은 그간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이미 짐작할 수 있었던 현실을 시각화 한 정도이다. 인질이 잡혔으니 잘 협상해서 희생자를 최소화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의외성'이나 '기발함' 같은 요소가 크게 어필하지 않았다. 탈레반의 실체나 중동지역 분쟁의 본질적 문제를 파헤치려는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현상만 연출하게 되면 결국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중동은 역사가 깊은 지역이다. 미국과 같은 얄팍한 역사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많을 것이다. 말초적 신경만을 자극하는 충동적 문화는 전 세계인들이 외면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영화가 다룬 사건의 배경에는 국제분쟁의 현장에 군대를 파견한 한국의 입장이 깔려 있다. 탈레반을 악마화해야 파병한 우리의 명분이 산다. 다행히 이 영화는 스스로 도구화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한국의 기독교가 들어가지 못했던 중동에 한류문화는 환영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헌법까지 바꿔가며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도왔다. 비단 사우디 뿐 아니라 많은 중동국가의 젊은이들이 문화적 갈증을 한류로 채우고 있다.

우리는 미국문화를 선호하면서도 거기에 그대로 동화되지 않고 우리 만의 것을 찾아냈다. 홍수 속에서도 맑은 생수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우리의 생존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렇지만 좌절 대신 강한 생명력을 가진 문화를 키워냈다.

'교섭'은 스토리가 단순하지만 유치하거나 단조롭지는 않다. 절제된 표현으로 부담스런 과장을 피하면서도 관객을 몰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깊이가 없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생각은 더 단순해지는 걸까? 영화는 우리 시대가 가진 근본적 질문을 애써 외면한 느낌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하리우드의 아류에 불과했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

교섭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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