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구속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로 인해 이른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데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잇단 법조비리에 대한 비판 여론과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이번 공수처 설치에 대한 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마련했다.
정의당도 이날 공수처 설치법안을 제출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당도 자체적인 공수철 설치 법안을 마련해 더민주와 협의한 뒤 다음 주 공동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야 3당은 공수처 법안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더불어당의 공수처 설치법안에 따르면 별도의 독립기구 형태인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인지나 고소·고발이 없어도 국회 교섭단체가 요구할 경우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대상은 전직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원·행정 각부의 장 차관급 이상 공무원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까지 포함된다.
판검사와 감사원·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도 포함된다. 본인은 물론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도 공직자의 직무상 범죄행위나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비리 부패사건이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사회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공수처에는 검찰과 별개의 수사지휘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도 부여된다.
일부에서는 광범위한 권한과 조사 범위와 함께 국회 교섭단체의 요구만으로 전직 대통령까지 수사할 수 있어 정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새누리당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와 업무가 중복될 수 있고, 수사권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찬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이 165명인 데다 무소속 의원과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동의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상 신속처리 안건(180명) 지정도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공수처 설치 논의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법무부가 ‘공직비리수사처’라는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무현정부 때도 검찰과 독립된 공직자 수사 기구를 신설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반드시 공수처 설치를 통과시켜야 할 역사적 당위와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후손들로부터 부정부패에 눈을 감는 더럽고 비겁한 선조들을 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강동호 편집국장 kotr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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