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서해안 일대에서 대거 쭈꾸미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물량부족에다 수산물가격 급등 현상까지 겹쳐 사상 유례없는 ‘바가지 축제’가 예상된다.
15일 충남 보령시는 오는 25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웅천읍 소재 무창포해수욕장과 무창포항 일원에서 ‘주꾸미·도다리’ 축제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올해는 예년 같으면 벌써 축제가 시작됐을 시기이나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낮아 봄철 어장형성이 지연됨에 따라 축제시기도 지난해보다 12일 늦춰진 25일부터 열린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에 앞서 충남 서천군도 지난 10일 내달 4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면 마량리 동백정 일원에서 제12회 동백꽃·주꾸미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 역시 예년과 같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배경으로 봄을 맞아 만개한 동백꽃과 한창 물오른 주꾸미를 테마로 꾸며진다.
이 밖에도 태안 몽산포, 홍성 남당항, 전북 군산, 부안 등지에서도 쭈꾸미를 테마로 한 먹거리 축제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주꾸미는 5월 산란을 앞두고 3~4월에 머리(=몸통) 속에 알이 꽉 차 올라온다. 그래서 축제도 이 시기에 집중돼 열린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 등으로 인한 수산물 가격 앙등으로 상인들이나 관광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축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먹거리 축제의 고질병이라 할 바가지 상혼도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해 마량리 등 주요 축제 현장에서는 쭈꾸미 1kg당 3만5,000원~5만원이나 받아 관광객들의 빈축을 샀었다.
여기에 상당수는 중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된 수입산이다.
온난화와 연근해 어업의 수획량 감소로 일시적인 수요 폭증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현재 수산업계의 현실이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동 수산시장 등은 올 들어서 부쩍 노르웨이산 고등어, 대만산 꽁치, 태국산 주꾸미, 인도네시아산 대하, 러시아산 명란젓, 파키스탄산 조개젓이 좌판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산 수산물의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육류 대신 수산물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산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피시플레이션
(Fish+Inflation)’ 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 지난해 30% 정도를 차지하던 외국산 수산물 비중이 최근에는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롯데백화점이 최근 항공 운송으로 태국산 생물 주꾸미를 수입해 370g들이 한 팩을 4,500원(100g당 가격 1,216원)에 팔아 인기를 끌었다. 국내산 주꾸미 가격은 300g들이 한 팩이 5,800원(100g당 가격 1,933원)이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반영, 10일 그 동안 연근해산 또는 원양산 수산물로 제한했던 정부비축 수산물을 수입산으로 확대하고 대상 어종도 고등어, 오징어, 명태, 갈치 외에 조기, 삼치, 꽁치를 추가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수산물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11.4%나 했다.
정부는 올해 명태 38억원, 오징어 40억원, 고등어 30억원, 갈치 17억원 등 총 125억원을 투입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가격이 계속 불안정한 어종에 대해서는 57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쭈꾸미 등 먹거리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마량리 쭈꾸미 축제장을 찾았던 한 관광객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물량도 귀하다니 한 숨이 나온다”면서 “먹거리 축제장에 이제 도시락이라도 싸서 가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박순영기자 syp19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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