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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방송화면 캡처 |
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여든을 눈앞에 둔 어머니는 3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날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선한 인상만큼 심성도 곱고 공부까지 잘해 서울로 대학을 보낸 아들이 있어 어머니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1987년 6월 9일 어머니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들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을 끝내고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기 위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그의 이름은 이한열. 22세 어린 학생이 정부 공권력의 과잉 진압에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한열 열사는 쓰러진 지 27일 만인 7월 5일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는 아들이 쓰러질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신발 등의 유품들을 모아 자그마한 기념관을 마련했다. 그런데 당시 차고 있던 시계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사촌형인 마대복 씨는 이한열 열사가 숨진 이듬해에 시계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식당에서 식사 중인 자신에게 낯선 청년이 다가와, 한열이의 시계를 보관하고 있다며 나중에 꼭 갖다 주겠다는 말을 남기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2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청년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은 시계의 행방 뿐 아니라 그날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불안해 보였던 그 청년의 안부가 더욱 궁금하다고 했다. 30년이 지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가 나타났다. 바로 당시 상황을 모두 담은 로이터 통신 외신기자 정태원씨다.
이한열 열사는 병원에 옮겨지기 직전에는 시계를 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병원 앞에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집에 갈 때 그가 신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잃어버린 운동화 한짝을 들고 찾아온 선배였다. 그녀 역시 시계는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CT를 찍기 위해서 아마 금속을 다 뺐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관계자들은 시간이 많이 흘러 당시 의료진을 찾기 힘들다고 답했다.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끌어안고 있던 이종철씨 역시 시계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역시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날의 인연은 묵직한 통증으로 남았다. 그는 "시계가 시간을 의미한다. 똑바로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됐다. 한열이가 꿈꾸었던 세상이 아직 못왔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국 시계는 찾지 못했지만 비슷한 시계를 찾게됐다. 오랫동안 말이 없던 어머니는 깨지고 닳아버린 시계가 아들을 닮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또 아들과 마주했다. 방송 말미 제작진은 시계의 행방을 아는 이를 찾는다며 제보 영상을 내보냈다.
이유리 기자 kotrin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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