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의인① - 축제뉴스

김용수 의인이 22일 인터뷰 도중 주변 식당주에게 받은 수박조각을 들고 문재인 지도부 총 사퇴를 외치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가 휩쓸고 있는 우리 시대는 암울하지만 그래도 음지에서 묵묵히 원칙과 양심을 지키며 의로운 투쟁을 벌이는 숨은 의인(義人)들이 있어 행복하다. 이기주의와 편의주의에 젖어 어둡고 혼탁한 이 시대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면서 우리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전하고 있는 숨은 의인들을 찾아 연중시리즈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며 2015년 6월 23일 현재 36일째 단신으로 철야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용수 의인. 김 의인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서 전국당원연대 대표권한대행이자 인천시 서구 제4대(2002~2006년) 의원과 강화갑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치인이다.

비록 야당 정치인이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야를 통틀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당 대표를 물러가라며 한달 넘게 철야 농성 시위하는 것부터가 우리나라 정치사에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이 같은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 것은 헌정사의 최초일 것이라는 게 여의도 정가의 관측이다.

오로지 ‘민주당’에서만 30여년 당원 생활을 해 온 그는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에서 4대0으로 완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고 있는 것은 친노 계파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준다”며 “문 대표의 사퇴가 없이는 내년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야당이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는 무망하다”고 단언한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실패하고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해 자그만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스스로 ‘패족’이라 일컬으면서 언감생심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당 대표에까지 출마해 지난 2월 변칙적인 방법으로 당까지 장악했다.

현재 대법원에 비리 사건이 계류중인 친노 핵심인 한명숙 전 대표 역시 공천 과정의 각종 잡음으로 이길 수 있는 총선에서 졌는데도 전국구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반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친노쪽에서 책임론이 나오자 곧바로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결단을 보여줬다.

김용수 의인은 “원칙을 져버린 문재인 지도부는 ‘기득권과 탐욕의 상징’으로 비쳐져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 “지난 보궐설거 당시 광주서을에서는 무소속 후보에게 더블스코어로 졌고, 당의 아성이었던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에서도 새누리당에게 완패했다. 이래 가지고야 무슨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는가”고 반문한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비노간 계파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신당이 추진될 경우 탈당 의원 규모가 수십명에 달하고 결국 제1야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이미 국민의 신뢰을 져버인 현재의 야당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신당을 추진중인 계파가 서너개는 된다”면서 “이들을 문 대표가 포용하지 못하고 실제로 신당이 추진될 경우 거대 여당 새누리당에 맞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용수 의인의 주장은 당내 민주주의의 확립과 원칙을 세우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직이나 사회는 반드시 썩고 비리에 물들게 마련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특히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책임진다고 하는 정당이 전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그의 통렬한 지적이다. 당 지도부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운운하면서 당원들의 목소리는 귀기울이지 않고 전혀 딴 길로 가고 있으며, 상향식 공천이니 뭐니 하면서도 수시로 전략공천이란 명분아래 하향식으로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당원투표뿐 아니라 국민여론을 함께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도 당권을 장악한 특정 계파가 자파 출신의 여론조사업체를 선정해 당내 분란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소견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관악을 선거구의 경우 당내 경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실시했음에도 15%이상 차이가 나 후보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의인은 “앞으로는 당이 여론조사 비용을 전액 부담해서라도 여론조사 업체를 3개로 늘리고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업체는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면서 “후보가 원할 경우 조사결과를 즉각 공개하는 등 공정성과 합리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도 당권을 장악한 특정 계파가 당의 요직을 장악하고 인사와 예산을 독점하고, 이것이 건전한 당내 민주주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김 의인의 지적이다. 최근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징계 청원을 윤리심판원이 접수 다음날 바로 기각시켜 버리고는, 비노 계열의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심사만 진행하고 있는 것도 편파적 당 운영의 상징적인 사례다. 심지어는 입당 1년여의 전도유망한 신진 당원에 대해 자격정지 1년6개월의 무자비한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1년으로 비교적 무딘 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것이 결국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현재의 당 지도부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김 의인을 증언한다. 하다 못해 김 의인은 “지역 대의원을 뽑을 때 당원들이 선출하는 게 아니라 전략공천을 받은 지역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웃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의 실상을 전하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김 의인은 최근에 새로 선임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나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에게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인은 “ 두 분 다 개인적으로는 인품이 훌륭하지만 현재의 당내 상황에서는 혁신은 커녕 친노쪽에 이용만 당하고 퇴진할 듯 하다”면서 “문재인 대표는 더 이상 혁신을 가장한 ‘시간 끌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 지도부와 함께 일괄 사퇴하는 것이 당을 살리고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에 지도부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당원연대의 대표권한대행이 된 김 의인은 “기회주의적이고 원칙과 정의감과 용기가 없는 나약한 지도부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면서 “언제까지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표가 물러 날 때까지 합법적 퇴진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인터뷰 말미에 “숙식은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인은 “숙은 이스타나 승합차에서 자고, 식은 주변 식당 주인들의 애정어린 격려 속에 근근히 때우고 있다”며 특유의 소박한 너털웃음을 잊지 않았다.

연락처 01025871379

강동호기자 kotr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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