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장 진입로를 확장하기 위해서 여수시 오림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앙여고를 거쳐 휴게소까지 도로를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벚꽃들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이 가파른 길을 따라 가족끼리 걸으면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앞으로 도로가 확장되면서 공사를 하면 불가피하게 파헤쳐질 쪽에 있는 나무들은 옮겨지거나 베어져야 한다. 시민들의 여론 때문에 벚나무는 나무은행에 옮겨 심었다가 다시 가로수로 심는다고 한다. 벚나무 이상으로 귀한 녹나무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서 녹나무도 옮겨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곳에 가면 벚나무는 녹색리본을, 녹나무는 노란리본과 빨강리본을 달아두었다. 빨강리본만 달린 것은 옮겨심을 수 없어서 베버릴 것이고, 노란리본이 함께 달린 것만 옮겨 심는다고 한다. 노랑은 살고, 빨강은 영영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확장 공사에 들어간 40년이 넘은 귀한 녹나무는 120그루이고, 신월동으로 옮겨심는 것은 47그루 정도라고 한다. 4월 12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약간 변경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가로수위원회' 활동으로 보아서 전문가의 판단대로 결정될 것 같다.
공사를 하는 건설회사는 가능한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바랄 것이다. 베어버리면 그 나무 자체가 돈이 되어 팔릴 수 있지만 옮겨 심으면 비용만 많이 들이게 된다. 어느 공사업자가 옮겨심는 숫자를 늘일 수가 있을 것인가? 물론 바위 틈에 자란 나무는 옮겨 심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에서만 사는 난대성 상록수, 약재로 쓰이는 경제수인 고급 녹나무를 베어버리기에는 진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닐 것 같다.
강동석 박람회조직위원장님께서도 이런 뜻에 동의해서 박람회장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 검토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녹나무는 옮길 때 가지를 다 쳐서 옮겨야 하므로 보기가 싫다고 한다. 내년 박람회 기간 동안에 잎이 조금 달린다고 해서 옮기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녹나무를 살려야 한다. 내년에는 맘에 들지 않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박람회장은 관광객을 맞이한다고 보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박람회 기간 동안에 나뭇잎이 많이 자라고, 그 이후에는 1년내내 꽃이 피고, 자라서 나뭇잎이 바닷바람에 희날릴 때는 명물이 될 것이다. 그 그늘 아래에 쉬면서 태평양에서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면 세상을 얻는 기쁨에 빠질 수도 있다.
121그루 녹나무 모두 살려서 한데 모으면 녹나무 군락지가 되어서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여수의 명품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랬을 때 해양레저스포츠수도로서 가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제발 길게 크게 보아야 할 것 같다.
한창진 객원기자 yosup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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