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잇단 물가 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한국 경제가 '내수절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유통업계 특수로 손꼽히던 설 대목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과 6대 광역시 소매유통업체 1000여개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89점으로 집계돼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미만이면 반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까지 이뤄지면서 유통업계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며 "청탁금지법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한 유통업계는 설날 특수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설 명절 선물세트 가격은 청탁금지법에 걸리지 않는 4만원 후반대도 부담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설 선물세트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만원 미만 저가형 선물세트 판매비중이 8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 선물세트 판매 수량 기준으로 가격이 3만원 이상인 제품의 판매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1~3만원대 사이가 49%로 가장 많았으며 1만원대 이하도 38%나 차지했다. 3만원 미만 저가형 선물세트 판매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정육·청과·수산 등 상대적으로 고가 위주인 백화점들의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9~15일 일주일간 현대백화점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간 대비 10.1% 하락했다. 정육, 수산, 청과 부문은 10% 이상 역신장했다. 백화점보다 저가 상품이 많은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초저가 상품만 판매량이 급증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저가 상품만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5만원 이하 선물은 괜찮다고 해도 심리적으론 법에 저촉될까 불안한 면이 있어 고객들이 3만원 이하 선물세트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첫 명절인 데다 내수가 꽁꽁 얼어붙어있다"며 "설 특수를 기대하기는 솔직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진성 차장 0031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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