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 중 한명인 워런 버핏(83)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우리가 뭐 멸종위기종이냐? 우리 같은 부자들 감싸기를 멈춰라’고 요구해 화제다.
15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재정파탄 상태인 미국의 적자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한 슈퍼부자(mega-rich) 들의 증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이 신문에 기고한 슈퍼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의회와 정부에 연 수입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증세를 해서 재정위기를 돌파하라고 제안했다.
지난 한해만 693만8,744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낸 억만장자인 그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우리를 위해 싸우고 가계를 꾸려가기 위해 애를 쓸 때 나와 친구들은 의회로부터 우호적인 보살핌을 받아왔다”면서 “이제 우리 정부는 진지하게 고통분담을 고려할 때”라고 충고했다.
그는 “지난해 내가 낸 연방소득세는 많은 액수처럼 보이지만 이는 내 과세소득의 17.4%에 불과하며 우리 사무실의 다른 20명 가운데 가장 낮은 과세율”이라며 “이들의 조세부담은 33%에서 41% 사이로 평균 36%”라며 주식투자 등 머니게임의 세율이 근로소득보다 지나치게 낮은 미국의 세제를 질타했다.
미국은 주로 억만장자의 소득인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은 15%에 머무는 반면 중산층과 근로자들이 받는 소득에 대한 급여세는 15~25%에 이르는 전형적인 ‘부자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 다른 부자감세의 사례로 “1992년 미국의 최고 소득 400명의 총소득은 169억달러로 소득세율은 29.2%였으나 2008년에는 상위 400명의 총소득이 909억달러로 치솟았는데도 세율은 오히려 21.5%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또한 부유층에 대한 증세가 투자의욕을 꺽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통계를 통해 반박했다.
그는 “지난 60년간 투자자들과 일했으나 자본소득세율이 39.9%에 달했던 1976~1977년에도 잠재적 소득에 대한 세율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를 중지하는 투자자들을 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며 잠재적 세금은 그들의 투자를 가로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당시부터 추구한 정책 목표이나 공화당과 반대여론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버핏이 부유층 증세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중부 지역 버스 투어의 첫 기착지인 미네소타 주(州) 캐넌폴스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버핏의 기고문을 인용하며 "그의 얘기가 옳다. 여러분은 세금 혜택을 받지 않고 있고 그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한편 미국 오마하 출신 사업가인 워런 버핏은 뛰어난 주식 투자실력으로 부를 축적, 지난해 포브스 지가 선정한 세계 세번째 부자에 올랐으며, 미국 내에서 빌 게이츠 다음으로 돈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현재 44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수십년 전에 구입한 오마하의 작은 주택에 살며 재산의 99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흔히‘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다.
전수진기자 pottersdi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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