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4일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앞길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투표결과에 따라 지금껏 져본 적이 없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으로 가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인지 아니면 배달민족 5,000년 한을 푸는 무상급식의 원년의 이정표를 찍을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이미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패배할 경우 사상 초유의 시장 대행 체제가 서울시정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시장이 원하는 대로 33.3%(3분의1)의 투표가 이뤄지고 과반수 이상이 단계별 무상급식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오 시장은 일대 ‘보수의 대표 정객’으로 떠 올라 그동안의 본인의 고사의견에도 불구하고‘차기 대권 주자’로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1.주민투표율 33.3%를 못 넘길 경우
이 경우 개표는 하지 않고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의 정책이 모두 백지화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현행 초등학교 무상급식만 유지되고 중등학교 무상급식 제공은 유보된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이 경우도 패배로 간주되기 때문에 오 시장은 약속대로 시장직에서 사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오 시장이 물러나는 시점에 따라 차기시장을 뽑는 보궐선거 일정이 정해지기 때문에 시장직이 공석인 기간도 달라진다.
공직선거법상 오 시장이 9월 30일 이전에 사퇴를 하면 오는 10월26일로 예정된 하반기 보궐선거에서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10월 이후에 오 시장이 사퇴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어느 경우이든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서울시장이 공석일 경우 행정1부시장이 시장 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어 권영규 행정1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정치권 상황도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주민투표율 33.3% 를 채웠으나 오시장안이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한 경우
투표율이 33.3%를 넘겼더라도 오시장안(단계별 무상급식안)이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게 되면 이 경우에도 역시 오 시장은 물러나는 수순을 밟는다.
이 때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이 효력을 얻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시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3개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은 변동없이 계속 유지된다.
다만 이 경우 서울시는 당장 2학기부터 초등학교 전면 부상급식을 위한 재원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의 재원확보가 관건이 된다. 그리고 2012년엔 중학교까지도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나 교육청은 당장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23조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재정 여건상 얼마든지 다른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답변이다.
3. 주민투표율 33.3%를 채우고, 오시장안이 과반수 득표를 한 경우
이 경우 오 시장이 줄곧 주장해 온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 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이 효력을 발휘한다.
이에 따라 현행의 무상급식 체계가 달라져 일부 학생들은 당장 2학기부터 급식비를 내야 한다.
우선 소득 하위 50%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무상급식을 제공받았던 초등학교 1~4학년의 학부모들은 당장 2학기부터 다시 급식비를 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1학기 급식비도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제기된 주민투표 무효 소송이나 서울시교육청의 헌법재판소 교육감 권한쟁의 심판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 대상의 범위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내 무상급식 대상의 정확한 범위는 주민투표 관련 소송이 모두 끝나야 확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오 시장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입지가 크게 높아져 바로 차기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내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더 이상 고려사항이 아니다. 정치는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오시장은 바로 대권가도로 직행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민규기자 eas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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