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이나 수렁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나쁜 인상이 앞선다. 수렁에 빠진다, 늪에서 건저냈다 는 등의 말은 사뭇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가급적 늪을 막고 흙을 퍼 담아 육지로 만드는 일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해 왔다.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늪들도 다 그런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다.
사실 수십년전만 해도 어느 동네에고 작은 늪(또는 저수지) 하나 둘쯤은 있었다. 의당 그래야 그 물로 논밭에 물을 대고 농사 일이 끝나면 지친 손발을 씻곤 했으니까…동네 꼬마들은 여름이면 그 물 속에 과감이 몸을 던져 미역 감고 놀았다. 그래서 가끔씩은 인명 사고가 나서 밤에는 그 근처에 지나다 하얀 소복을 입은 무슨 무슨 귀신을 보았다 하는 얘기가 동네에 퍼지기도 했다. 그런 늪은 언제든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메꿔 버려야 할 대상, 없애 버려야 할 무엇으로 자리잡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생태학적 지식이 많아지면서 늪에 대한 이해가 차츰 높아가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늪은 개펄과 함께 최대의 자연 습지로서 다양한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자 물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홍수때 많은 비를 가두고 있다가 비가 그치면 조금씩 메마른 대지로 내보낸다. 육지에서 흘러 온 온갖 오염원을 정화하는 천혜의 필터 장치란 것도 알려졌다. ‘자연의 허파’, ‘자연의 콩팥’이란 말이 다 늪의 자정작용에 대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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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한반도의 생성과정을 지켜온 생태계의 보물 창고로 불린다.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위치한 이 늪은 1억4000만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담수면적 2.3㎢, 가로 2.5㎞, 세로 1.6㎞로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다. 지난 97년 7월 자연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 3월에는 람사협약(물새와 그 서식지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해 국제적인 보존습지가 되었다. 우포늪(1.3㎢), 목포늪(53만㎡), 사지포(36만㎡), 쪽지벌(14만㎡) 4개 늪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까지 식물류 480여종, 조류 150여종, 어류 28종, 수서곤충류 55종, 패각류 5종 등이 발견됐다. 식물류로는 가시연꽃을 비롯, 생이가래, 부들, 줄, 갈대, 골풀 등이, 조류로는 논병아리,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큰고니, 청둥오리 등이, 어류로는 뱀장어, 피라미, 잉어, 붕어, 메기, 가물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수서곤충류로는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이 산다. 이 외에도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등 포유류 12종, 남생이, 자라, 줄장지뱀 등 파충류 7종,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5종의 양서류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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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자연 늪이 다 그렇지만 우포늪도 차츰 호수가 육지로 변해가는 중간단계에 있다. 일제 강점기와 70년대 초까지 총 11개의 인공제방을 쌓기 전에는 250만 평에 달했지만 지금은 제방축조로 습지 주변이 농경지로 전환되면서 70만 평에 그치고 있다. 그중 담수지역은 더욱 좁아 7만 평에 불과하다. 그만큼 희소성 면에서 보존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포늪은 지난 91년 우리나라 습지운동이 처음 싹트기 시작한 곳인 동시에 최근엔 국제적인 생태운동의 근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는 2008년 세계 환경올림픽이라 하는 람사총회가 이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창녕군은 2007년까지 178억원을 들여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자연 친화적인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포늪은 강원도 대암산 용늪, 전남 신안군의 장도 습지와 함께 람사습지로 등록된 국내의 대표적인 내륙습지”라며 “이곳을 환경훼손은 최소화하면서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내 생태관광지의 메카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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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찾아 가는 길=승용차를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에서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창녕IC로 나온다. 톨게이트를 나와 우회전해 24번 국도를 따라가면 우포늪 이정표가 보인다. 우포늪에서 나와 24번 국도를 되짚어 창녕읍내를 지난 다음 1080번 도로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다시 우포늪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창녕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유어, 적교행 버스를 타고 회룡초등학교 앞에서 하차해도 된다.
◇탐방 가이드=우포늪 입구에서 10여분 걸어가면 왼편에 전망대가 나온다. 이 곳에서 우포늪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오솔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목포, 사지포 등 인근의 늪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푸른우포 사람들(055-532-8989)이나 창녕환경연합(532-7856), 군청문화공보과(530-2236~9)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음식과 숙박=인근에 식당이나 숙소가 부족해 창녕 읍내로 나가거나 자동차로 30여분 걸리는 부곡까지 가서 해결해야 한다. 우포늪 인근에 우포민박(055-532-6202)이 있고, 부곡 온천에 부곡하와이호텔(536-6331), 로얄관광호텔(536-6661), 부곡레이크힐스(536-5181) 등 10여개 호텔이 있다. 최근 침체를 벗기 위해 투우장, 문화체험관 등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도를 따라 합천 해인사나 고령 대가야 박물관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관리자 kotrin@chook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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