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강원도 지역의 송어축제니, 산천어 축제니, 빙어축제니 하는 행사장에 가 보면 물고기들이 흩어지지 않고 관광객들의 발 밑에만 모이는 것은 신기한 일 이다.
그 넓고 넓은 겨울 강에서 송어니, 산천어니, 빙어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만 모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여기서 우선 한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축제에 쓰이는 물고기들이 대부분 양식어종이란 사실이다. 축제장에서 쓰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양식이다 보니 활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자연산이 아니다 보니 사람을 경계하거나 위험을 느끼고 지형지물에 숨어 드는 일도 거의 없다. 오히려 양식장에서 익혀진 습성대로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면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뿌려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니 견지낚시를 하든 루어낚시를 하든 이들을 포획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가을철에 양식장에서 뛰쳐 나와 야생의 습성을 조금이라도 익힌 송어나 산천어들은 전문 프로 루어꾼들도 포획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사람을 경계하고 물 속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겨울축제장의 물고기들이 숨지 않고 관광객들이 들어선 일정 구역안을 어슬렁 거리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그 구역 안에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겨울 축제장의 일정 구역 안은 강물 속에 그물을 설치해 송어니, 산천어니, 빙어들이 그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한해 놓았다. 물고기들은 도망갈려고 해도 도망갈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일정 구역 안에 그물에 가둬 놓은 물고기들은 도망갈 수도 없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감을 기대하다 어슬렁 거리다 금방 척척 걸려들기 마련이다.
물론 이렇게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것은 이들 물고기들이 경제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행사를 개최하는 주최측이나 해당 지자체들은 이들 물고기들을 대부분 양식장에서 구입한다. 물고기들을 함부로 유실했다가는 그대로 손실로 연결된다.
지난 22일부터 송어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평창군의 주최측은 송어 한 마리당 구입가격이 1만원 안팎이라고 전한다. 실제 가격하고 차이가 있을 지는 몰라도 입장료 1만2,000원정도를 고려하면 적정한 수준이다. 실제로 근처의 횟집에서도 이 정도 가격에 송어를 구입해 1인당 2~3만원 가격에 회감을 판다. 물론 송어 한 마리당 2~3인분 정도의 횟감이 나오니 횟집 마진은 무려 5~6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창 송어축제 위원회는 개장전 약 1㎏짜리 송어 2만여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반응이 좋아지다 보니 내년 2월5일(일)까지 40여일간 80톤의 송어를 방류하기로 했다고 수정, 발표했다. 송어 한 마리의 정확한 무게가 보통 700~800g 정도니 10만마리가 넘는 엄청난 송어가 풀리는 셈이다. 이 경우 송어의 원가만도 10억원에 달한다. 주최측이 1인당 낚는 송어 마릿수를 2마리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결국 송어니, 산천어니, 빙어니 하는 겨울 축제들은 대규모 양식 어종의 지역별 판촉행사인 셈이다. 관광객들은 겨울철 레포츠 행사를 겸해 이들 물고기들은 적당한 가격에 사주는 셈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광객들이 해당 지역을 오가며 길거리에 뿌리고 식당과 숙박업소에 뿌리는 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면 다행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과 함께하는 겨울축제의 참맛이 반감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 송어축제에 참가했던 한 관광객은 “처음엔 자연산 송어를 체험하는 것이라 생각해 대단히 흥분되었는데 막상 양식 횟감을 돈 주고 사 먹는다 하니 의미가 반감됐다”면서 “그물로 둘러 쳐진 거대한 양식장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하는 것도 한편으론 우습기도 했다”며 박장대소했다.
이상호기자 aft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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