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가리왕산의 자연훼손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6일 환경단체들은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이 들어설 가리왕산과 그 주변에 대해 경기장 선정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강원도는 가리왕산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나 경제적 가치 등을 따져보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입지를 결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는 경기장 부지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채 해당부서 공무원이 평창과 가까운 13개 산의 높이만 조사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자료도 없이 일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추진하면서 가리왕산 선정관련 보고서 한 장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 국장은 “단 10일간 진행되는 동계올림픽을 위해 후손에게 전해줄 산림 자원을 훼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직 2018년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경기장 대체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2002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부터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을 가리왕산에 조성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부지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 일대 92㏊에는 스키슬로프 4면과 남녀 경기코스 2면, 연습코스 2면 등 총 8면의 활강스키경기장과 남자용 곤돌라와 여자용 리프트 등과 같은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활강 경기장 조성에 가리왕산 92㏊가 편입되지만 이 중에서도 슬로프가 지나가는 지역에만 손을 대기 때문에 가리왕산의 1%도 안 되는 23ha만 영향(훼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리왕산 일대 경기장 조성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차원에서 여야도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배후단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에 당초 빠져있던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특별법안이 통과되더라고 가리왕산이 아닌 다른 곳에 부지 조성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가 조성하고 있는 가리왕산의 중봉 일대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산림법에 따라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발왕산 도암댐과 강원 태백시 만항재 1450m고지가 가리왕산 대체지로 거론되고 있다.
도암댐은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홍수조절 능력이 없어 8년 전부터 댐을 철거하자는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돼 왔다.
서재철 국장은 “만약 이를 철거하면 활강경기장 조성 시 필요한 표고차 800m를 충족할 수 있어 충분히 경기장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며 “철거와 동시에 개발이 가능해 가리왕산 보다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만항재 1450m고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일대는 지식경제부가 2015년까지 폐탄광·폐광산 지역 복원예산으로 2700억원을 책정하고 있어 올림픽 스키장과 연계 개발할 경우 예산 절감도 가능하다는 기대다. 현재 강원도는 스키 활강 경기장 조성을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휘중 강원대 환경연구소 토양환경복원 센터장은 “폐석탄광 70~80%가 몰려 있는 만항재에 활강경기장을 조성하면 복구와 개발이 함께 이뤄져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며 “선수촌이나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숙소 건설비도 정선의 하이원 또는 태백의 오투리조트 등을 이용하면 경비가 대폭 절감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호기자 af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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