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파산되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는 아직 사례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오래전 혹카이도의 유바리 시가 파산해 극도의 재정긴축과 경비 절감책이 시행됐다. 공무원 수는 줄고 예산은 잘렸다. 인건비 지급 등 경직성 경비외에는 사업비가 없다 보니 지자체는 점점 쪼그라 들고 주민은 감소했다.
이론적으로는 주민이 줄면 지자체가 문을 닫고 이웃 지자체에 통폐합 되어야 하나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의 예산을 주나 보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예산 낭비와 나몰라라식의 토목공사, 세원확대만을 노린 무차별적인 난개발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정말 특단의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일부 탐욕에 물든 멍청이 지자체 단체장의 전횡은 도를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5~6월 서울시 등 지자체 4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심성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재정이 빵꾸나자 분식회계로 땜질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예컨대 경기 화성시는 2009~2010년 세입예산을 2566억원이나 부풀리고 2010년 세출예산에서 사업비 653억원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이런 수법으로 가용재원을 늘린 시는 시장의 공약사업인 고등학교 설립에 이를 돌려 썼다.
2009년 321억원, 2010년 923억원의 결손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려 분식결산해 오히려 2009년 261억원, 2010년 21억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지방의회에 제출했다. 의회는 조작사실을 전혀 모른 채 분식결산을 그대로 승인했다.
욕심쟁이 시장에 멍청이 시의회의 전형적인 결합이다. 멍청이가 욕심이 많으면 나라든 지자체든 다 망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감사원의 조치도 가관이다. 예산낭비-분식결산-자금전용에 대한 마땅한 범죄사실을 적용하기 어려웠던지 이를 얼토당토 않은 경징계성 규정위반으로 처리했다. 감사원은 이 사건에 관련된 전 화성시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직원 근무성적 평정에 개입해 특정인을 부당 승진시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고 버젓이 발표했다.
인천시도 아시안게임 개최 등 시장 공약 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2010년도 세입예산을 근거 없이 뻥튀기했다. 2007~2010년 세입 과다계상으로 빚어진 세수결손은 8500억여원이나 됐다. 그럼에도 4년간 233억원의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했다.
충남 천안시도 가용재원을 부풀려 시장과 시의원들의 선심성 사업에 썼다. 2007~2011년 세입예산을 470억원이나 부풀린 뒤 마구잡이식 사업을 진행하다 일반회계에서 세수결손이 생기자 특정목적에만 집행할 수 있는 도시개발특별회계예산 등을 끌어다 쓰는 꼼수를 부렸다.
서울시가 추진한 우이~신설 간 경전철 건설과 서남권 문화체육 콤플렉스, 천안시가 건립하는 전통 민속주 전시·체험관 등은 사업성이 떨어져 지자체의 돈줄만 말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의원들이 법적 기준 없이 마음대로 예산을 편성, 선심성 사업에 쓰는 ‘포괄사업비’도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가 이 같은 변칙 예산 편성 관행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어선 재정위기 단체는 인천·부산·천안·시흥·동해·김해시 등 6곳이나 됐다”고 밝혔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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