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CJ그룹의 갈등 속에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결국 반쪽으로 치러졌다.
지난 24년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던 장손(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할아버지 묘소 참배가 불발로 그쳤고,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도 선영을 찾지 않았다.
19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열렸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불참했다.
당초 이 회장은 어머니 손복남 고문과 함께 오후 2시에 선영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삼성 측이 정문 출입과 이 선대회장의 가옥인 영빈관 사용을 끝내 허락치 않아 불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별도의 제사를 모셨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건희 회장이 마이바흐 차량을 타고 나타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 사장 등 80여명이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CJ그룹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의 참배에 이어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과 조동길 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20여명이 추모식을 가졌다.
추모식과는 별개로 이날 저녁 9시부터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제주(祭主)가 돼 호암 25주기 제사가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CJ 측은 물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서현 부사장, 김재열 사장 등 삼성 측 인사들이 참석했고, 호암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외손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등 삼성가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CJ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첨예해 질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과 CJ가 내년 1월 유산상속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도 각 각의 장소에서 별도로 제사를 모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 등 범(汎) 삼성가는 집안에 갈등이 있더라도 이 선대회장 추모식 등을 통해 이를 풀어 왔다”면서 “하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이재현 회장이 이번 삼성측의 선영 참배 제한 조치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하고 있어 쉽사리 앙금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호기자 kotr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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