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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백태윤기자 |
부산 영도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커피숍을 찾았다. 푸른 바다와 해안 절벽으로 경치가 좋은 섬이지만 기자가 찾은 '커피클라우드(Coffee Cloud)'는 그런 혜택은 없이 오로지 맛으로 버티는 집이다.
한 동안 대기업의 진출로 수 많은 대형 커피숍들이 생겨났다.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고 개인들이 하는 중소형 커피전문점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커피클라우드를 운영하는 백운수씨(57세ㆍ사진)는 간단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지금은 커피 로스팅부터 블렌딩과 핸드드립까지를 혼자 직접 하고 있다. 현 자리에 개업한 지는 3년 7개월이 되었지만 그 새 영도에는 50개 이상의 커피숍이 생겼다고 한다.
전망 좋은 곳에 훌륭한 인테리어까지 갖춘 점포들이라 손님을 많이 뺏겼다. 커피클라우드는 20평 남짓한 미니 점포이고 주차공간도 없지만 바로 앞에 버스 주차장이 있는 것이 입지상 유일한 장점이다.
맛있는 원두커피를 찾아 오는 주고객은 20~30대 젊은층들이다. 뷰가 좋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인테리어라도 이들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 그들에게 커피숍은 대화도 하고 공부도 하는 문화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백운수씨의 점포는 크기는 작아도 원두별 종류로는 제법 구색을 갖춰 놨다. 손님이 "제일 맛있는 커피가 뭐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아메리카노'를 권한다. '아메리카노'는 미국인들이 유럽의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묽게 마시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실제 이태리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는 덜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긴다고 한다.
밥 먹을 때도 '김치'가 맛있어야 하듯이 커피숍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의 맛이 좋아야 한다. 에스프레소는 맛이 너무 진해 대중적이지 않다. 맛있는 커피 맛을 알려면 아메리카노부터 시켜 보는 것이 좋다. 카푸치노나 라떼 같이 다른 첨가물이 들어 가는 커피의 맛도 결국 에스프레소가 좌우를 한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커피이며 가격도 에스프레소와 함께 대개 가장 저렴하다.
에스프레소는 가게의 간판 메뉴로 보통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맛을 잘 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피를 볶는 로스팅 실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몇 가지 원두를 섞어(블렌딩) 맛과 향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단계를 넘어 선 고객들은 핸드드립 커피를 찾는다. 산지별 단일 원두(single original)의 고유한 맛과 향을 즐기려는 계층들이다. '드립'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드립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정성이 담겨야 하므로 커피클라우드를 찾은 핸드드립 손님들은 기다릴 줄 안다. 아무리 일찍 왔어도 순서는 맨 나중으로 밀린다.
백운수씨는 한 잔의 커피를 채우는 동안 '맛있게 하겠다'는 주문을 건다. 자식을 낳는 듯한 '사랑하는 맘'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성을 쏟는다. 실제 걱정이 있거나 화가 난 상태에서 드립을 하면 커피맛이 나빠진다고 한다. 그대로 다 믿기는 어렵지만 참고는 될 듯 한 말이다.
드립을 잘 하면 주위에 사람이 모여든다고 한다. 평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주부 한 분이 드립에 빠져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열심히 한 결과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가게로 찾아와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감사인사를 하고 갔단다. 커피에는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걸까?
커피는 네 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쓴 맛(bitter), 신 맛(sour), 단 맛(sweet) 그리고 콩이 가진 고소한 맛(영어 표현은 없다)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맛이 발란스가 맞읗 때 커피맛이 좋다고 느낀다. 쓴 맛이나 신 맛을 등 특정한 맛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데 별도의 블렌딩이 필요하다.
커피숍은 설비나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쉽게 개업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시작했다가 대부분 오래 못 가 문을 닫는다. 커피 맛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커피에 대한 자기만의 소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인테리어만 근사하게 하고 커피는 알바에게 맡겨 놓으면 안된다.
고객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특히 맛있는 커피를 찾는 손님들은 점점 늘어나지만 커피점주의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커피숍, 전문가만이 살아 남는 시장인 것 같다.
백태윤 선임기자 pacific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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