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숲은 어둑신하고 칙칙하다.
발 닿는 곳마다 습기 가득한 숲.
작년에 만난 어여쁜 '내장산띠달팽이'는
아직도 살아 있을까?
단풍나무에 붙은 어린 개체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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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쁘다. 내장산 띠달팽이
최고로 아름다운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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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 자리,
이파리에 붙어 쉬던 사람주나무가 사라졌다.
조심조심 근처를 뒤지니
아가달팽이들이 단풍나무에 쪼르르 붙어
열심히 지의류(?)를 먹고 있네.
그 잘 생겼던 성체들이 죽음으로 남긴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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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악 태어난 깨알도 있어 얼른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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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검은 숲
젖은 날만 나오는 목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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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만난 '산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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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산우렁이가 더듬이를 쏙 넣고 뚜껑을 닫는다.
달팽이류는 입구에 뚜껑이 없지만
산우렁이는 뚜껑이 있어 달팽이와 구분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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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입술대고둥아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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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대고둥보다 나탑이 작아 길이가 짧다.
패각 입구 입술부분이 두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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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백양꽃 사이사이를 누비며
긴꼬리제비나비는 꿀을 먹다 지들끼리 희롱을 하며 남은 여름을 보내고
계곡은 계곡대로 늘어난 물살에 지들끼리
수런수런 웅성대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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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서늘한 어깨 한 쪽을 슬쩍 들이밀었는지
발치에는 어느새 이른 낙엽이 지고 있네.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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