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들이대는' 봄의 전령사
봄이 오면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피어나는 봄꽃들….오래 공(?)들이지 않아도 따뜻한 햇볕과 포근한 공기만 스치면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부풀어 오른다.
사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니 따지고 보면 잎도 나오기 전에 생식기부터 들이대는 꼴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럴까? 자연계도 그저 우스울 때가 많다. 이 때문에라도 봄은 스프링(Spring), 스프라이트(Sprite)라고 하나 보다.
막아도 막아도 마구 튀어 나오는, 마구 뿜어져 나오는 그런 의미다. 그럼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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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섬진강은 해마다 봄이 되면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배꽃, 복숭아꽃을 연달아 토해내며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전북 장수의 수분재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남해안을 향해 120리 꽃길의 대장정을 펼친다. 꽃이 피는 계절에 맞춰 각양각색의 꽃축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흔히들 사람들은 동백꽃이나 매화 꽃이 가장 먼저 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조금 앞서 산수유 꽃이 핀다는 사실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매화나 동백은 오래 전부터 시인묵객들의 소재가 되어 왔지만 산수유는 그저 시골 촌부가 약재로나 쓰는 이름없는 꽃이었으니까.
매화로 유명한 광양 매화마을의 꽃축제보다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의 산수유꽃 축제가 4~5년전만 하저라도 1~2일 정도 먼저 열렸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산수유꽃이 매화보다 먼전 핀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위도상으로도 구례가 광양보다 조금 북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산수유가 매화보다 먼저 핀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하지만 근래 들어 지구 온난화로 갑자기 꽃피는 순서가 뒤바뀌었는가.
매화가 먼저 필 때도 산수유가 먼저 필 때도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동백이나 다른 꽃들도 자리다툼을한다.
하긴 뭐 개나리나 진달래는 가을에도 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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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나무는 본래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이른 봄날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핀다.
아이들이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자마자 1~2주일 지나면 갑자기 노란 꽃을 터트린다.
너무 이르다 보니 화사한 봄 날씨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벌과 나비도 제대로 날아들 리 없다. 산수유는 아마 충매화가 아니라 풍매화일 것이다. 꽃샘 추위 때 벌과 나비는 안 보여도 매서운 칼 바람은 부니까….
산수 좋기로 소문난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양지바른 마을에는 해마다 이맘때(=3월초)쯤이면 산수유 꽃으로 천지가 뒤덮인다.
가까운 지리산의 노고단이 바라보이는 이 일대는 십여개의 작은 꽃들이 엄지 손톱만한 꽃송이를 이뤄 아직 겨울 때를 벗지 못한 갈색의 나뭇가지를 노랗게 장식한다.
상위마을과 하위마을, 월계마을 등으로 이뤄진 이 곳은 예부터 노고단의 운해와 반야봉의 낙조, 섬진강 청류 등과 함께 구례 10경에 꼽힌다.
때 맞춰 이 일대에서는 매년 3월중순경 ‘구례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산수유 시목지에서 산수유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산수유꽃길걷기, 산속음악회, 스케치대회, 어린이·학생 사생대회, 소달구지 타고 산수유 군락지 체험, 산수유 꽃마차 타기 등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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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산수유 군락지가 형성된 전래도 재미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 올 때 산수유나무를 처음 가져와 심어 마을 이름도 산동이 되었다 한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자리잡은 상위마을은 ‘산수유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지리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감고 도는 하천 계곡을 따라 수백 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지천으로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
마을 곳곳에는 꽃잔치를 즐기려는 가족들과 꽃나무 아래 순결한 언약을 나누는 연인들의 그림자가 가득하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산수유 꽃은 ‘불변’ 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산수유나무는 10월께면 빨간 열매를 맺는데 각종 성인병이나 부인병, 요실금 등에 효과가 있어 예부터 한약재로 쓰여 왔다.
따라서 한때 서너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옛날에는 산수유 씨를 뺄 때 이 마을 처녀들이 입에 머금어 씨와 과육을 떼냈다. 그래서 ‘산동아가씨와 입맞춤만 한번 해도 보약을 한첩 먹는 것과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한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군이 나서서 해마다 산수유 식재범위를 넓히고 있는데다 노고단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으니 조만간 이곳은 더욱 나은 산수유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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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수유 열매>
★여행 메모
◇찾아 가는 길 = 경부고속도를 타고 가다 호남고속도로나 대통(대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나와 남원에 이른 후 19번 국도를 탄다. 대통고속도로에서는 장수IC와 남장수IC를 거쳐 88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구례에 이르면 바로 초입에서 좌측에 있는 지리산 온천랜드로 들어간다. 이곳을 지나면 산동면의 하위마을과 상위마을, 월계마을 등이 차례로 나온다. 문의 구례군 문화관광과(www.gurye.go.kr, 061-780-2450), 산동면사무소 (061-780-2608).
◇먹거리 = 산수유외에 봄철에는 고로쇠물이 유명하다. 해발 700~1,000m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와 자작나무에서 채취하며, 숙취제거와 내장기관의 노폐물 제거, 신진대사의 촉진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4.3ℓ 2개들이 포장이 3만원(택배비 포함), 4.3ℓ 4대 들이는 5만7,000원, 18ℓ 큰 통은 5만2,000원이다. 산동면에 산채정식전문 백제회관(061-783-2867), 버섯비빔밥전문 할매된장국(061-783-6931), 산닭구이집 양미한옥가든(061-783-7079) 등이 있다.
◇잠자리=주변에 55만평 규모의 지리산 온천랜드(www.spaland.co.kr)가 있어 숙박에 전혀 애로가 없다. 온천과 호텔, 청소년 수련장, 놀이기구 등을 고루 갖추고 있고 지하 700미터에서 뽑아올린 천연 온천수도 즐길 수 있다. 게르마늄과 탄산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어 피부병,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900), 지리산가족호텔(061-783-8100), 지리산송원리조트(061-780-8000) 등과 산수유 마을에 70여개 민박집(상위마을 061-783-2320)과 펜션이 있다.
◇주변 둘러볼 곳=구례 여행길에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의 매화축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근에 천년고찰 화엄사와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등이 있다. 토지면 오미리에는 230년전 남한 3대 길지인 ‘금환락지’에 터를 잡았다 하는 조선후기 전통가옥 ‘운조루’가 있다. ‘구름 속의 새가 사는 집’이란 뜻으로 아직도 3대가 살아가고 있다.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가까운 수기리에는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있는 수락폭포가 있다. 지리산과 맞닿은 달궁 계곡 끝 해발 750미터에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는 심원마을이 있다. /
김미숙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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