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좌파운동이 강해 반미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해외여행 면에서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가 31일(현지시각) 발표한 2010년도 관광통계에서 한국인 방문객은 110만7,518명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09년보다 무려 49%가 늘어난 것으로 불과 1년전에 비해 36만명이나 증가한 숫자다.
목적별로 보면 미국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의 74%는 ‘관광’이었고, 15%는 ‘업무상’ 방문이었다.
한국인 방문객은 2002년 63만명 수준에서 2005년 70만명, 2007년 8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나라별 순위는 캐나다(1995만명), 멕시코(1342만명)에 이어 영국(385만명), 일본(338만명), 독일(172만명), 프랑스(134만명), 브라질(119만명), 한국(110만명), 오스트레일리아(90만명), 이탈리아(83만명) 등의 차례였다. 이 통계에는 관광과 출장, 친지 방문 등 단기체류자만 포함되고 주재원이나 유학생 등 장기체류자는 제외된다.
이 같은 증가세는 2008년말 시행된 미국 무비자 입국 제도가 정착단계에 들어선 데다 국제 금융위기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미국 방문 수요가 지난해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듬해 이어진 신종플루로 묶여 있던 여행객의 발길이 지난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해외여행객 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미국의 경우 무비자 입국 허용 등 호재가 겹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인의 미국 선호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겉으로는 미국을 비판하는 듯해도 속으로는 미국을 추종하고자 하는 경향이 아주 많다.
좌파든 우파든 정치인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방문국이 바로 미국이다.
DJ나 YS가 정치적 곤경에 빠질 때마다 찾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으며, 이들은 방미 행보로 은연중 미국 정부의 든든한 빽업을 기대했던 것도 같다. 미 문화원 점거사건 연루자들이 해금후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었던 나라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들의 신원과 사상을 검토하느라 수개월간 비자를 내주지 않았던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도 정치인들은 물론 국내서 무슨 사고를 친 기업인이나 사업가들도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야 겠다 싶으면 미국으로 달아난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대국(大國)에 대한 추종성 때문인가 싶다. 다른 말로 하면 사대주의(事大主義)다. 현대사에 있어서 과거 중국을 대체할 세력이 미국이 되었고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책임져 출 것이라는 현실적인 요구가 결합해 미국 추종주의가 정착된 것 같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 온 일부 지식인들이 좌파사상을 선전하는 아이러니도 벌어진다.
미국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닌 이상 거기서 배운 것은 기껏 개량적 사회주의 정도에 불과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대단한 진보주의 사상이라도 되는 양 씨알이 먹혀 들어간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수년간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부동산 폭락론이다. 이것은 미국 행정론을 공부한 어느 연구원이 금융위기때 미국 부동산이 폭락하는 것을 보고 한국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해서 착안한 것인데 이것이 한국에서는 진보주의적 사상의 하나로 통한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으로 다른 구조임을 망각한 일개 선동주의자의 망상을 한국의 좌파라고 하는 대다수의 서민계층 네티즌들이 따르는 것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에 고무받은 모 연구소에서는 무슨 정당까지 만들어 다음번 선거에 나가겠다고 떠들고 있다는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면 사대주의가 진보주의로 둔갑하는 현실이 한편의 코미디라 아니할 수 없다.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눈에는 사대주의라고 하는 들보가 들어 있지 않은지 한번 쯤 되돌아 볼 일이다.
강민규기자 eas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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