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축제보다 축제아닌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축제 자체가 비(非 )축제나 반(反)축제와 동의어인가 ?
겨울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 오는 11월 3일 오후 3시경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멘붕' 상태가 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변은 더욱 공기가 냉랭해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청와대의 위상과는 달리 경비는 한층 강화되어 일반인들에 대한 통행이 부분적으로 제한되고 있었다.
20여년전 최초의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활짝 열어 제친 '청와대 앞길'은 이렇게 시간이 흘러 거꾸러 우리 앞에 다가 왔다.
기자가 통의파출소 앞을 지나 신분을 밝히고 청와대 앞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자 검은 썬글라스를 낀 경비원들이 통행을 가로 막았다. 기자가 건넨 명함을 확인하자 '청와대 경호법'에 따라 임의로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다른 시민들의 통행이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하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은 임의로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기자는 할 수 없이 경비선 외곽을 돌아 청운동 효자주민센터로 향했다. 여기서도 경비들이 청와대 진입로를 부분적으로 차단한 가운데 '1인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말뚝처럼 서 있고, 길 건너편에는 평소 안면이 있는 김창근 구국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이 특유의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박근혜는 정신병원으로 사드배치, 한일군사협정, 국정교과서는 원천 무효'라는 글자를 새긴 갈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서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까지 밝혀진 최순실 게이트의 내용만으로도) 박대통령은 더이상 국가원수로서 자격이 없다, 이제 그만 하야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청운동 효자주민센터 앞에는 재향군인회에서 나왔다는 10여명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과는 별개로 태극기로 만든 모자를 쓴 채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지나는 시민들은 이들 시위대를 힐끔힐끔 쳐다 보면서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을 햇살을 짙게 내뿜으면서 해는 뉘엿뉘엿 인왕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또 다시 '역사의 전환점'이 될 지 모를 서울의 한복판 청와대 앞 길은 이 처럼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듯 복잡하고 착잡한 기운을 머금은 채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
강민규 기자 kotrin2@daum.net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군, 전국 제 1의 축산군 반려동물산업 중심지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