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가 전세계 82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열렸다.
지난 15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세계에서 월가의 탐욕과 부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반월가 시위는 시간대가 가장 빠른 아시아권에서 먼저 시작돼 점차적으로 유럽, 미국 등지로 이어졌다.
이날 일본 도쿄 도심의 부유층 거주 지역인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에서는 정오부터 100여명씩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빈부격차의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호주 시드니에선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에 1000여 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한국의 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도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가 점령시위가 진행됐다.
서울 집회는 빗속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유럽 지역은 재정위기가 심한 탓인지 시위 규모도 컸으며 시위양상도 격렬했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선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은행 점포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띠었다.
독일에서는 8000여명의 시위대가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 앞에서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부당함과 은행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에서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런던 증권거래소(LSX)를 점령하라’는 시위에 참여했고,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시위에도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진원지인 뉴욕에서는 맨해튼 남부 월가에서 1000여명이 거리행진을 한 뒤 오후 5시부터 타임스퀘어에 6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도 5000여명이 모여 평화행진을 벌였다. 워싱턴 DC에서는 2000여명의 시민이 맥피어슨 광장과 프리덤 광장 등에 모여 ‘반 정부’ ‘반 기업’ ‘반전(反戰)’ 등을 외쳤다.
이에 따라 反월가 시위가 이제 금융 자본주의의 탐욕을 규탄하고 세계 99%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세계적 이슈로 정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정상이 일찍부터 시위대의 요구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금융자본의 탐욕 때문에 서민들이 더욱 곤경에 빠졌다는 시위대의 주장은 많은 계층과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추구하는 목적이 조금씩 다르고 주도 세력들도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어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현지시간) 국가마다 벌어진 시위대의 구호는 조금씩 달랐고 참여 인원도 천차만별이어서 세계인 대다수가 이에 대해 공감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시위는 진원지인 미국보다 재정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유럽에서 훨씬 격렬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궁핍과 상대적 박탈감이 시위대를 우선 거리로 내몰았음을 짐작케 한다.
주최측 추산 20만명이 쏟아져 나온 이탈리아 로마의 경우 재정위기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던 시민들의 불만이 쌓여 있다가 이번 시위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위대는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 양상도 과격해 경찰이 진압에 애를 먹었다.
반월가 시위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받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을 고발 한 것은 좋았으나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역사적 단계를 거치며 형성해 온 자본주의가 이런 시위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다.
이에 따라 반월가 시위가 1960년대의 반전반핵운동이나 시민인권 운동, 또는 가깝게는 올해 봄에 아랍지역에서 불었던 민주화 운동처럼 발전적인 변혁을 이끌어 내려면 뭔가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럼비아 대학의 토드 키틀린 교수는 “월가 점령 시위는 지금까지 반전운동이나 민권운동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공통의 목표 아래 각 국의 다양한 이해관계나 나라별 이슈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중장기적인 대중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상기자 you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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