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왠지 후덥지근한 열기가 채 가시기 전, 절이 있는 깊은 산 숲속 여기저기에서 붉은 꽃들이 마구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직 푸른색이 가시지 않은 숲속의 짙은 나뭇잎들과 어울려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꽃무릇이다. 한여름 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을지 의아할 정도로 갑자기 무더기로 숲속을 온통 빨갛게 물들인다.
마치 이제 곧 끝나갈 여름의 뜨거운 추억을 아쉬워 하는 듯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대로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끝나서는 안된다는 듯 연인들의 마지막 정열을 보는 듯도 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남 함평의 용천사에서 불갑산 너머 영광의 불갑사까지 그리고 조금 떨어진 전북 고창의 선운사까지 절집 안팎이 온통 붉은색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꽃무릇을 볼 수 있는 3대 군락지다.
절집 마당 뿐 아니라 절 주변 숲속 부도밭 주위로, 낮은 토담옆으로도 붉은 융단을 펼쳐 놓은 듯 눈이 부실 지경이다.
)
이파리 하나 없는 기다란 연녹색 꽃대 위에 가는 꽃잎과 실타래 같은 수술이 서로를 의지하며 붉은 화관을 이루는 꽃무릇.
가녀린 꽃대 하나에 의지해 툭툭 터지듯 갈라진 꽃송이는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한 두 방울의 빗방울에도 흔들리며 마치‘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꽃무릇(석산)은 한 뿌리에서 나면서도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 즉 상사화로 회자되는 꽃이다.
꽃과 꽃대가 지고 나면 땅에서 가느다란 잎이 솟아나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지나 이 잎이 사그러들면 또 다시 여린 꽃대가 솟아올라 빨간 꽃을 피운다.
꽃과 잎이 전혀 서로를 볼래야 볼 수 없는 운명(?)인 셈이다.
세속에선 스님이 한 여인을 그리워하다 죽어 꽃이 되었다거나 한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승방 앞에서 죽어 꽃으로 피어난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의 징표로 여긴다.
)
꽃무릇은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이나 풀밭에 자라며 보통 50~70cm정도다. 일본에서 들어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우산형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원산인 노란색의 상사화(개난초)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냥‘상사화’라 부른다.
틀린 호칭이지만 어찌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중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꽃무릇이 유독 절집 근처에 많이 피어나는 이유는 그 뿌리가 방부의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서 바르면 좀이 슬거나 색이 바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용도보다는 관광자원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남도의 여러 산사에서 여름철 방문객들을 위해 조경용으로 많이 심으면서 식재 면적이 부쩍 넓어지고 있는 것.
일부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꽃무릇을 주제로 한 꽃 축제까지 신설하고 있어 꽃무릇은 이제 늦여름 관광의 중요 테마가 되고 있다.
용천사의 한 관계자는“산사 경내는 절에서 심고 절 바깥쪽은 군(郡)에서 심는다”며 “더위가 가신 늦여름에서 추석이 오기 전까지의 초가을, 별다른 볼 거리가 없는 여행객들에게 절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전아래 샘이 있는 용천사>
)
<재밋는 표정의 불갑사 굴뚝>
<여행메모>
#가는 길 =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 나들목→좌회전→22번국도 선운사 방향을 탄다. 불갑사는 서해안고속도로서 영광 나들목으로 나오거나, 호남고속도로 정읍 나들목으로 나와 고창→영광→불갑사 코스를 탄다. 용천사 역시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에서 나와 23번 국도 함평방향을 타고 백운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838번 지방도를 5㎞가량 탄다.
#꽃무릇 축제 일정= 함평군의‘용천사 꽃무릇축제’와 영광군의‘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9월 중하순 1주일 간격으로 열린다. 함평 용천사에서 1시간정도 불갑산을 넘으면 영광 불갑사로 내려갈 수 있다. 용천사에서 용봉
관리자 kotrin@chookjenews.co.kr <저작권자 © 축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밭수목원 꽃축제에 초대합니다~
){kind=link}
){kind=link}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