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옛날에 생활용품으로 주로 쓰였다. 소쿠리, 바구니, 채반, 키, 낚시대, 물총, 피리……하다 못해 여름철에 끼고 자는 죽부인과 병아리 까면 덮어 주는 보호용 덮개까지……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생활용품들은 대부분 각종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대나무 만큼이나 아니 그이상 가볍고 튼튼하며 값싼 플라스틱의 특성 탓이다. 이제 그 많던 대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주변을 둘러 보면 대나무로 만든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찬찬히 살펴 보면 아직도 대나무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대통밥, 대잎차, 대통술…..주로 먹고 마시는 것들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잎 가루로 각종 요리를 만들다고 한다. 대잎국수, 떡국, 두부, 한과, 엿, 그리고 죽순회까지……나아가 첨단 기술과 결합돼 대나무에서 뽑은 섬유를 양말, 티셔츠 등 각종 의류에 사용하거나 비누, 화장품 등을 만드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나무의 변신중 가장 눈부신 것은 뭐니뭐니 해도 관광자원으로서 일 터이다. 예부터 대나무로 대표돼 온 전남 담양은 그동안 버려져 있던 대나무 숲을 관광자원으로 조성, 전국의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물론 주변엔 아직도 명성에 걸맞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대나무 밭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담양군내에 유명한 대나무 숲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30년전부터 관리돼 온 대나무 테마공원과 최근 만들어 진 죽녹원(竹綠園). 개인이 관리해 온 테마공원이 좀더 아기자기 꾸며져 있다면 죽녹원은 담양군에서 5만여평의 대나무 군락지를 아예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그만큼 자연적이고 입장료도 1,000원으로 테마공원의 절반정도다.
대나무 숲의 매력은 머리 속까지 맑아지는 듯한 상쾌한 바람 소리다. 쉬~솨아악 하는 바람이 한 번 스쳐 지나 갈 때마다 대나무 숲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쪽 방향으로 일제히 출렁거린다. 열병하듯 빽빽히 들어 선 대나무 숲의 짙은 향을 맡으며 천천히 거닐다 보면 어느 덧 몸과 마음은 세례를 받은 듯 한없는 청량감을 느낀다. 간혹 대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 온 한 줄기 햇살이 대나무 숲의 신비감을 더한다. 문득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떠 오른다. 고개를 약간 들고 눈을 감은 채 숲속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가 어느 산사의 죽비 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한 낮의 대나무 숲 산책은 그렇게 계속된다. 느리게 산다는 것 그리고 고요하게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대나무는 빠른 성장력을 보여 주는 남방계 식물 중 하나로 하루에 키가 무려 1cm씩 자란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많은 양의 산소와 뇌에 좋은 죽향을 발산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에 좋다고 한다. 그 결과 대나무 숲을 단순히 걷는 죽림욕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자랑이다. 담양군은 죽녹원 숲 속에 대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차나무 밭까지 조성해 놓았다. 이곳에서 수확한 차는 ‘죽로차’라 불리며 거름이나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아 일반 녹차에 비해 3배 가량 비싸게 팔린다 한다.
죽녹원 산책 길은 보통 1시간정도 걸리지만 전체를 샅샅이 도는 데는 3~4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오르는 길에 돔 모양의 전시관이 있어 각종 대나무 관련 상품과 사진, 분재 등도 전시해 놓고 있다. 죽림원 숲길 이곳 저곳을 운수대통길, 사랑의 길, 철학자의 길, 죽마고우길 등으로 이름을 붙여 놓은 것도 재미있다. 매년 5월초 열리는 대나무축제 때보다는 여행객들이 방문하기에는 6월이 더욱 좋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붐비지 않을 뿐 아니라 초여름 햇살을 받은 댓잎파리 때깔이 이 때쯤이면 더욱 더 반짝반짝 윤이 나기 때문이다. /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승용차의 경우 경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서광주 인터체인지로 나와 88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담양 톨게이트에서 빠져 나간다. 대중교통으로 KTX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광주역에서 내려 렌터카를 빌려 타거나 매주 토요일 담양 군청이 제공하는 버스(오전 9시30분 광주역 출발)를 이용한다. 요금은 초등학생 이상 1만원. 점심도 준다. 단, 사전 예약 이 필수다. 문의 담양군청 문화관광과(061-380-3141~4)
◇주변 볼거리=담양 인근에 10여개의 별서정원(別墅庭園ㆍ벼슬이나 당파 싸움에 휩쓸리지 않고 산속에 숨어 지내려고 만든 정원)이 있다. 소쇄원(사적304호)을 비롯, 조선 중기때 지어진 면앙정, 송강정, 환벽당, 식영정 등이 유명하다. 모두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대나무 박물관은 물론,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등도 꼭 찾아 볼 만 하다. 북쪽에 담양 들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금성산성과 담양호수가 있다. 시간이 나면 금성산성 등산도 권할만 하다.
◇음식과 숙박=역시 이곳 음식은 대나무를 테마로 한 죽순요리와 대통밥이 주류다. 대통밥은 쌀과 각종 잡곡을 대통 안에 넣고 지은 것이다. 약간의 대나무 향기가 느껴진다. 갈비를 다져 구워낸 떡갈비집도 읍내 인근에 많다. 숙소가 다소 문제다. 주변에 담양리조트(061-380-5111)가 있으나 방값은 15만원이상 지불해야 한다. 영산강 상류인 가마골에 야영장(061-383-2180)이 있어 오토캠핑 등을 할 수 있고, 그 밖에 1박에 5~6만원하는 팬션도 다수 있다. 읍내 대나무 건강랜드(061-383-0001)에서는 잠시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문의 소소선방(061-381-0701), 담양대나무축제위원회(061-380-3151).
관리자 kotrin@chook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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