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댕기며
글씨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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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삼레읍 유한순 할머니
기백이 넘치는 말투
백발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
유한순 할머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시집오기 전, 봉동에서 살던 할머니는 건너편 삼례에 살던 남편을 만나 장포마을로 왔다. 이 들녘에서 저 들녘으로 넘어와 산지도 벌써 오십년 째라는 유한순 할머니. 할머니는 아들을 만나러 미국에도 가보고, 그 넓은 땅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뻗은 직선도로를 원 없이 달려보기도 한 여장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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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운전을 한 건 아니지만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할머니 곁을 호위무사처럼 지키는 평생의 동반자 최명열(79) 할아버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어디를 간다고 하면 꼭 이렇게 차로 나를 데려다줘요. 우리는 어디고 갈 때 마다 꼭 이렇게 같이 다녀요. 두 내외가 항상 함께 다닌다고 사람들이 비둘기 같다고 해요.
얼핏 보면 퉁을 놓는 것처럼 들리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무심한 말투로 할머니 자랑을 툭툭 건네는 할아버지.
이 사람이 한글학교 댕기면서 글씨 잘 쓴다고 상도 받고 여기저기서 사람도 오고 그랬어.
낯선이와의 약속을 위해 삼레에서 전주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유한순 할머니 내외. 뭐든 직접 해보고,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유한순 할머니는 문해교실을 다니면서 삶의 활려을 찾았다고.
문해교실 다니면서 글씨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 선생님이 한글 글씨 쓰고 옆에 남는 자리에 그림도 그려보라고 해서 그렸는데 색깔 고르고 칠하는 게 어찌나 재밌는지. 옆에서도 나더러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니까 재밌어서 이렇게 하나씩 그리던 게 벌써 공책(스케치북)을 대여섯 개를 후딱 넘겨버리네. 앞에 꽃이 피어 있으면 그고 보고도 그리고, 손주 그림책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기도 하는데 재밌어.
나는 배우고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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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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